김성근 감독이 "이번시즌까지만 팀을 맡겠다"라고 이야기했다가 바로 다음날 경질되었고,

이런 구단의 결정에 팬들은 "그라운드 불장난"으로 화답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스포츠서울)

 

처음에 SK 구단은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하겠노라고 밝혔다. 그런데 감독은 김성근...!?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내가 알고 있던 김성근식 야구는 승리를 추구하는 야구이지 화려하고 눈길을 끌만한 야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이었던가 시즌 개막전 감독 출사표에서 김성근 감독이 "재밌는 야구를 하겠다"고 했고 선동렬 감독은 "재밌는 야구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던 건 바로 이 점 때문이었으리라.

뭐 야구보는 재미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넘어가고....

 

어쨌거나 SK의 초대감독으로서 김성근 감독은 많은 우승을 일궈내었다.

인천 팬들의 SK에 대한 사랑은 그야말로 각별하다.(나는 아니지만)

저녁이면 인천 지역 대부분의 음식점 내 TV에서는 SK 경기만 나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SK만을 응원한다. 그런 SK 야구를 만든 게 김성근 감독이다.

 

그러나 "구단이 추구하는 야구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SK 야구를 만들어온 초대 감독을 하루 아침에 경질했다는 것은

구단이 지금까지의 SK 야구를 통째로 부정했다는 점과 SK 구단의 틀을 잡아 놓은 초대감독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팬들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한다.

구단과 감독이 추구하는 "재미있는 야구"가 서로 다르다면 지난 번의 재계약을 해서는 안 되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SK가 구단을 만들기 이전부터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헤어져야 겠다라고 생각했다해도, 지금까지 수고해 준 초대감독의 노고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며 좋게 헤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두어 달을 참지 못하고 경질한 것은 조금 성급한 게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만수 코치가 김성근 감독의 후임으로 임명되는 모습은 누구나 상상했을 그림이지만,

프로야구 30년 올스타에 빛나는 그가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본인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것은 구단 내외에서의 이만수 감독대행의 힘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김성근 감독도 이런 모습으로 물러나서는 안 되었고, 이만수 감독대행도 이런 모습으로 감독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게 스포테인먼트와 어울리는 상황인가....

 

그리고 SK 구단이 인터넷 게시판만 열어 놓았더라도 어제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기껏해야 인터넷 서버만 다운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SK 구단의 이번 결정은 선수도 팬도 모두 잃을 수 있는 자충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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