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짧게 끄적였던 글을 좀더 늘려서 써 보기로 한다 

 

흔히들 올림픽을 전 세계의 축제라고 한다. 물론 그 기원이야 '유럽 귀족들의 운동회'였고 아직도 그 흔적이 오심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2012년 현재 "올림픽은 세계인의 대축제"라는 문장에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에 보이는 몇몇 네티즌들의 이상한 행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한 종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최소 우리나라에서는 그 종목에 관한 한 1등인거다. 내가 무엇으로 우리나라에서 1등을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우리나라 국가대표로서 서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그런데 실생활과 SNS에서 목도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자단체전 7연패(말이 7연패지 년수로 따지면 30년이다...30년...)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룬 양궁은 금메달을 싹쓸이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자 축구대표팀(특히 그 중에 몇몇 선수들)은 대회 초기에만 해도 별다른 조명을 못 받다가 4강전 직전에는 금메달을 바라보는 황금빛 어린 전망으로 비행기를 태우더니만 4강전 종료 후 브라질에 졌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욕을 다 먹었다. 힐링캠프에 얼굴을 내밀었던 신종훈은 16강에서 졌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나대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등의 비난을 받았고, 전 세계에 그 만이 할 수 있는 '양학선'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19세 청년 양학선은 금메달 수상 후 쏟아지는 각종 후원으로 인해 "가난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 평소 응원 한 번 안 했으면서 막상 금메달따고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으니까 악성댓글을 달고 흠집을 내기 바쁘다. 4강전이나 메달 결정전에서 진 선수들에 대해서는 "에이, 그걸 못 이기냐"는 식의 푸념만이 있을 뿐, 그래도 잘 했다라는 격려의 말은 듣기가 쉽지 않다.

 

왜 우리는 "세계인의 대축제"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까? 몇몇 종목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4년동안 제대로 조명 한 번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4년이라는 그 시간동안 흘린 그들의 땀과 눈물을 격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그들을 비난하는 심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응원 문화의 부재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회가 그만큼 병들어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다. 남의 노력과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없는 1등 지상주의/무한 경쟁체제, 내가 잘 하기 보다는 남을 헐뜯어서 살아 남는 정치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일반 국민에게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이런 것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부추기면 부추겼지 바꾸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일등주의, 국가주의, 상업주의가 기본 컨셉으로 깔리니, 열악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악전고투했던 선수들의 노력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듣기로는 메달을 기준으로 한 공식적은 순위는 없고, 대부분의 해외 언론에서는 총 메달갯수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백 은메달이 한 금메달만 못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언론의 공적 역할을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팔리는 기사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 - 상업주의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기는 커녕 점점 더 그 병폐가 심해져 간다. 평소 K리그 기사는 제대로 다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남자축구 대표팀이 8강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자  올림픽인지 월드컵인지 모를 정도로 기사를 쏟아냈던 지난 며칠간의 언론의 행태는 기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매경기 부상으로 주전력을 잃으면서도 혼신의 힘들 다해 버텨왔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분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이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언론노조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무엇을 얻고 돌아왔느냐고.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준비 기간이 더는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랏일을 하는 분들도 이런 현상들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금의 이런 모습이 본인들이 거울 앞에 섰을 때의 모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거늘(알 리가 없지만...), 대통령 선거만 바라보는 여야의 모습과, 본인 및 최측근의 비리 혐의에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는 어르신과 그 친구들의 모습에, 당장 2012년 대통령 선거인데 어디에서 희망이란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자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이는 물론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의식하고 있어도 행동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거나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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