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배구가 승부조작의 충격파를 맞았을 때 블로그에 끄적인 적이 있다. 승부조작은 "우리 종목에서는 나오지 않았으니까"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강력하게 공동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http://match-one.tistory.com/60)

    그러나 스포츠 관련 단체들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행정조직이란 앞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기는 커녕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 하고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특징이 있다. 프로농구도 아마 "우리는 없으니까"라고 손 놓고 있다가 결국 농구계의 레전드 급인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프로스포츠 단체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길 제언한다. 승부조작의 사례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주변에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터진 승부조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상관없단다. 그것 또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고, 승부조작 했다고 해서 자기가 망하는 건 아니라나.

   무어라 길게 말할 상황이 아니라서 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갔는데, 돌아서서 곱씹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기로 되어 있는 스포츠와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라는 두 가지 이름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승부조작은 결국 자신이 프로선수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응원하고 도움을 줬던 자신과 가족,지인뿐만 아니라 팬과 동료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덕분에 내 질문을 받았던 그 사람은 왜 프로농구를 좋아하는 것일까라는 또 다른 질문을 떠안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어쨌거나 승부조작이 아니더라도 가깝게는 좋은 신인을 드래프트로 뽑기 위해서 고의로 6강에 탈락한다는 의혹, 플레이오프에서 대진을 좋게 하기 위해서 또는 저쪽이 선배니까 일부러 승리를 포기하는 우리 스포츠계의 관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법을 이용하면 돈을 벌고 출세하는 이상한 사회.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은 법을 어기면 법대로 처벌 다 받지만, 돈있고 빽있는 사람들은 더 큰 죄를 저질러도 먹고 사는데 지장없고, 금방 풀려나는 이상한 우리나라.

위에서 언급한 그 농구팬의 반응이 가능한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의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뉴스에 등장하는 사회지도층들은 그것보다 더 한 짓도 하는데 과연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하고 있는지, 어쩌면 그들보다 약자의 위치인 프로선수들에게만 페어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연 이 나라는 언제쯤 제대로 돌아가게 될는지 참 안타깝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3. 기사를 읽을 때 팩트는 잘 가려서 받아들여야 한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해서 유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사과정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검찰이 생각하는 경우에 청구하는 것이 구속영장이고, 유죄라고 정해지는 것은 본인이 인정하거나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번 사안이 사안인만큼 조사하는 쪽에서는 혐의가 있다고 의심을 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을 했다"고 확정해서 말해서는 안 된다.(물론 배구의 경우를 보면 구속영장을 받고서 무죄라고 나왔던 사람은 없었다.) 강동희 감독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인식은 정확히 하자는 것이다.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배구의 경우를 보면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법도박에서 정해 놓은 배팅 사항에 해당이 되어 결과적으로 승부조작에 대한 댓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도 염두를 해 둘 필요가 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분위기이다 보니 이런 내용이 기사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그 즈음의 경기력에 대한 평도 좋지 않고, 최근 6강 탈락을 위한 고의 패배 의혹도 있는지라, 구속영장이라는 단어로 물든 여론은 강동희 감독에게 불리하다. 설사 혐의없음으로 차후에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실추된 명예와 이미리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를 끝으로 승부조작이라는 이야기 따위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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