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일환 /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 2015.10.05


번역 공부를 하지는 않고 있지만, 번역을 하려면 외국어 뿐만 아니라 우리말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외국어로 씌여진 책이나 문서를 우리말로 옮겨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말과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가끔 빌려 읽곤 한다.(물론 읽고 나서 다 잊어버린다는 게 문제겠지만)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번역 관련 책에서도 참고하라고 되어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이 문제라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이면 우리나라 국어사전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책인데? 그런데도 "미친"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로 문제라고? 에이 설마. 책 한 권에 담길 정도나 되려나?

순간적으로 계속된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은 목차를 보면 어떤 종류의 것들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제1장 한자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 우리말과 한자어, 한자어로 가득한 뜻풀이, 달걀과 계란, '-적'을 사랑하는 국어사전, 한자어가 많은 이유

제2장 외래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 너무나 낯선 외래어들,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 한자어들
제3장 이상한 뜻풀이 

       - 뺑뺑이를 돌리는 국어사전, 알 수 없는 뜻풀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뜻풀이, 배추를 통해 본 국어사전, 식물 이름 뜻풀이, 동물과 어류 이름 뜻풀이

제4장 사전에 없는 말 
제5장 신어(新語)의 문제 
제6장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국어사전

       -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국어사전, 노동자를 꺼려하는 국어사전, 남녀 차별을 부추기는 국어사전

제7장 어설픈 백과사전 흉내 내기 - 인명(사람이름)에 대해, 오지랖 넓은 국어사전, 복합어의 표제어 선정 기준
제8장 낱말 분류 항목에 대해 
제9장 방언의 문제 
제10장 순화어의 문제 
제11장 북한말의 문제 
제12장 용례와 출처에 대해 
제13장 그 밖의 문제들 - '불란사'라는 말의 유래, 바른손과 학부형, 한자를 사용하는 외국 사람의 인명 표기, 자투리 의문들


내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사전은 오직 책으로 되어 있어서, 각종 사전을 들고 다니다가 모르는 낱말을 만나면 그 뜻을 찾아야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낱말 하나의 뜻을 찾기 위해서 최소 다른 낱말 서너개의 뜻을 찾아야만 이해가 될까 말까 했던 일. 가끔 설명에 씌여진 낱말이 사전에 없어서 그냥 넘어가야만 했던 일. 국어 사전인데 한자어가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순우리말은 별로 없는 게 너무 이상했던 게 떠올랐다.

위 목록을 보면 한번쯤 사전을 찾아본 사람들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텐데, 각 항목의 예시는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다. "미친"이라는 책 제목은 너무 적나라하게 비난하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실제로 책장을 넘길때마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의 뜻을 설명하는 데 쓰인 "개최국"이란 낱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다니? "흑염소"가 사전에 없다고? 왜 "표준국어대사전"이 다음에서 만든 사전보다 부실한 거지?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것이니만큼,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할 때 영영사전을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도 이 사전을 쓸 텐데....그들이 이런 사전을 쓴다는 걸 생각하면 절로 부끄러워 진다.


그렇다면 왜 "표준국어대사전"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전에는 민간 출판사나 대학 연구소가 한국어 사전 편찬 사업을 주도해 왔으나, 기존 한국어 사전들이 표제어 표기가 불일치 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면이 있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게 되었으며, 1999년 10월 1일 초판본이 출판되었다. (출처:위키백과)

그래서 내 맘대로 추측해보건대, 당시 이처럼 중요한 국가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아마 70년대에 많은 공부를 하신 분들일테고, 그렇다면 여기에 참여하신 분들은 일본어로 번역된 책과 논문을 많이 읽으셨을 것이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 우리말도 많이 쓰셨겠지만, 아무래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보다는 한자어나 번역체로 씌여진 문장을 더 많이 접하셨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을 쓸 때 무의식중에라도 한자어나 번역체가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여러 사람이 부분부분 만들어온 내용을 편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가 많은 것도,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서양의 지명과 인명들이 담겨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을까? 당시에는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으니까 알게 모르게 담겨 있는 차별의 언어들 또한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지 않을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표준어"의 정의가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계급을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것도 같다.


그렇다면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그건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있지만 해결하려고 덤비면 골치만 아프지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으니까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그냥 놔둬도 나라가 망하거나 하루 밥벌이 하는 데 당장은 문제가 없다. 그러니 문제제기가 있어도 대충 넘어가면 그만이다. 나중에 급해지면 그 때 해도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표준국어대사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본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디 숨고 싶었다.

더구나 이건 우리말과 관계된 일이다. 일제시대에 왜 일본인은 우리말을 쓰지 못하게 했는가? 말에는 얼이 담겨 있고, 말은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걸 통해서 사람이 움직이면 그것이 문화가 되고, 그 문화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당장 사전에서 사용된 차별의 언어들을 보면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모름지기 "표준국어대사전"이라면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우리말이 계속해서 살아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본인의 생활을 다 하면서 두 달만에 책 한권을 만들 정도의 오류를 찾아냈다고 한다. 작가의 지적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다면 제대로 고쳐야 할 일이다. 국립국어원이 제대로 마음을 먹는다면 못 할 일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사전에서 사용하는 낱말은 모두 담아야 하지 않을까.


호기심에 펼쳤다가 생각치도 못한 충격을 안겨준,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 "미친 국어사전" 

우리말을 사용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덧1) 7년을 들여 만들었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렇게 문제가 많다는데, 고작 1년 만에 탄생하게 될 국정 역사교과서가 문득 걱정되는 건 아마도 나의 오지랖이요 쓸데없는 걱정일 것이다. 그렇겠지?

 

덧2) 홍명희의 "임꺽정"이 우리말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기회가 되면 우리말을 배울 겸 한번 정독해봐야겠다.


덧3) 내가 대기과학(기상학)을 전공했지만, 내 전공에서 쓰이는 국적불명의 일본 한자어 출신의 말들은 한번에 들어서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바꿔서 부르고 싶어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날씨 뉴스에 사용되는 단어만 봐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구름 많음"이랑 "흐림"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기과학도 전문용어의 재해석이 필요한 분야 중의 하나다. 부디 나보다 학식이 높으신 분들께서 꼭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미친 국어사전
국내도서
저자 : 박일환
출판 : 뿌리와이파리 2015.10.05
상세보기




'책이야기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0) 2016.03.20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0) 2016.03.19
서민적 글쓰기 - 서민  (2) 2016.03.01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 김우열  (0) 2016.02.29


알랭 드 보통 지음 /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 2014.07.30 (출처:다음 책 검색)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를 업고 안고 달래고 같이 놀아주어야 하니 몸이 힘들고, 힘이 드니 소위 당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십상. 

그럴 때마다 마이쭈 하나, 과자 한 조각 또는 믹스커피라도 한 잔 마셔서 당을 보충한다.


그런데 "헬조선"에서 아이를 키우자니 마음은 더 힘들다. 나같은 경우엔 뉴스를 볼 때 특히 그렇다. 

세상에는 정말 문제가 많다. 그런데 뉴스에서 그 많은 것들을 다루는데도 세상은 바뀔 줄을 모른다.

이 나라 어디에선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받은 영혼을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점점 늘어만 가고,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빈부격차도 점점 커져서 중산층은 이미 붕괴된 지 오래.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데, 외벌이를 하게 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경제는 언제나 어려워서 국민들이 낸 세금이 몇 조씩 투입되었다는데,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내 월급은 언제 오르는지 알 수가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정치인은 제 밥그릇 싸움만 해대고 앉아 있으니, 무엇도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미래가 없어 보이는 이 나라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도, 그렇다고 "헬조선"을 바꿀 수도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1분에도 몇 개씩의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뉴스가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쓸모가 있기는 한 것인가.

"뉴스의 시대"에서 알랭 드 보통은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별 뉴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렇다면 뉴스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사건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무의식중에 가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뉴스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권력은 종종 이 사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이용해왔다.

악어 입 속을 청소하고 있는 악어새를, 뉴스는 악어보다 크게 만들기도 하고, 꽁꽁 숨겨 보여주지 않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악어가 악어새를 유인해서 잡아 먹는다고 잘못 말하기도 했다.

지난 번 필리버스터를 생각해보자. 

SNS에서는 "국회의원의 재발견"이 이루어졌다며 사람들이 정치인에 환호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의원은 맨날 밥그릇 싸움만 하느라고 일은 하나도 안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국회에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몇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고, 몸싸움이 아닌 토론으로 싸우는 국회의원 다운 국회의원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종편에서는 "기저귀를 차고 나오셨냐"는 조롱섞인 논평만을 쏟아냈다.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보지 않고 종편의 뉴스만 본 사람들에게 SNS 사용자들이 열광했던 국회의원의 모습은 전달되지 않았다. 그저 "누가 얼마나 떠들었다더라" 정도의 기록 경쟁만이, 그리고 반대를 통해 밥그릇을 잃지 않으려는, 일관되게 정부의 올바른 일을 막아서는 기존의 야당 정치인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진대, 뉴스가 진실과 팩트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편집된 그럴싸한 글귀에 불과한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헬조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나는 "언론"과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언론은 어쩌면 국회의원 한 사람, 대통령 한 사람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뉴스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종편과 공중파 뉴스는 우리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많은 언론사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트래픽을 늘려 광고 수익을 받아야 겨우 연명할 수 있는 통에,

대로 된 심층기사를 쓰기보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양의 기사를 만들어내는 어뷰징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언론인이 지성인으로 불리던 시대는 가고 "기레기"만 득실대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직 그들의 펜 또는 키보드의 힘은 막강하다. 여전히 뉴스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생각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와 제도, 문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뉴스의 힘이다.


나는 뉴스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헬조선"은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뉴스 소비자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뉴스를 맹신하기보다는 한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 수 있도록 언론사와 기자들을 감시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종종 내뿜는 파괴력이 무엇인지, 왜 공중파의 탐사취재 기능이 언젠가부터 약해졌는지 

우리는 한번쯤 궁금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

뉴스 생산자들도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방향으로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의 시대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최민우역
출판 : 문학동네 2014.07.30
상세보기


'책이야기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0) 2016.03.20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0) 2016.03.19
서민적 글쓰기 - 서민  (2) 2016.03.01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 김우열  (0) 2016.02.29


서민적 글쓰기 / 서민 지음 / 출판사 생각정원(2015.08.31) / 출처 다음 책 검색


2010년. 회사 선후배들의 권유로 트위터에 가입하고 스마트폰에 트위터앱을 깔면서 SNS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까지.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 받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재미로 가볍게 올리는 글도 많지만, 가끔은 정성과 진심을 담아 야심차게(?)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나면 몇 시간 뒤 나도 모르게 글에 달린 하트나 엄지도장의 개수를 헤아려보게 되는데

기대와는 달리, 하트와 좋아요는 보통 한 손 많아야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고 나면 의기소침해져서 내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분명히 올릴 때 보고 보고 또 봤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오탈자가 나오고,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기도 하고, 문장이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블로그에 쓴 글도 며칠 지나서 보면 여기저기 고쳐야 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누군가의 연설문을 욕하고 있지만, 정작 내가 그 모양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을 잘 못 쓰다보니 회사에서 메일이나 문서를 쓸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러던 중 서민 교수가 "서민적 글쓰기"라는 책을 낸 뒤 인터뷰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자칭 글쓰기가 엉망이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책까지 쓰게 되었을까. 그 비결을 배우고 싶어서 얼른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서민 교수는 글쓰기와 책쓰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로 내가 인정받겠다는 강박이 있는게 아닌가하고 느껴질 정도이다. 

실제로 알라딘 서재에 글을 올리던 시절에는 내가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쓰려면, 글 쓰는 사람 본인의 지식이나 생각이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서민 교수는 1년에 100권의 책을 읽고, 매일 신문을 읽는다고 한다. 또한 기생충학이라는 독특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이기에 다른 사람이 다루지 못하는 독특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많은 독서량도 놀라왔지만 무엇보다도 글을 어떻게 설계할까에 대한 많이 고민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거나, 다른 유명인의 이야기를 인용하거나, 때로는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는 등(이 부분은 약간 사기꾼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그가 터득한 글쓰기 방법은 매우 인상깊었다. 


무엇보다도 서민 교수는 훌륭한 글/책 설계자이다. 물론 책 한 권 펴내는 사람들은 모두 글/책을 잘 설계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서민 교수가 특별히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아래 페이지를 보고 나서였다.

왼쪽의 "편 지 라 고"라는 글귀가 오른쪽 서민 교수의 자신만만한 포즈와 결합하여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책 서두에 서술한 본인의 우울한 유년기를 벗어났음과 동시에 서민 교수 본인이 얼마나 글쓰기에 자신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이후 내용을 믿고 신뢰하게 만드는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서민 교수님이 십수년의 지옥훈련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이렇게 친절히 책으로 알려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잘 써먹는 일만 남았다. 

지옥훈련까지는 아니더라도 틈틈이 연습하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제대로 된 글 하나 쓸 수 있지 않을까.


서민적 글쓰기
국내도서
저자 : 서민
출판 : 생각정원(박재호) 2015.08.31
상세보기




'책이야기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0) 2016.03.20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0) 2016.03.19
서민적 글쓰기 - 서민  (2) 2016.03.01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 김우열  (0) 2016.02.29
  1. 책덕후 화영 2016.03.02 22:28 신고

    ㅎㅎ 저도 이 책 읽고싶어요 ㅎㅎ

    • match-one 2016.03.03 18:24 신고

      글을 쉽게 쓰셔서 읽는데 얼마 안 걸리더라구요. 꼭 읽어보세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자 : 김우열 지음 ◎ 출판사 : 달그림자 _ 2016.02.08 ◎ 형태 : 판형 규격外 _ 페이지 수 302 ◎ 출처 : 다음 책 검색


2016년 처음 읽은 책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다보니 첫 독후감은 이 책으로 쓰게 되었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번역이라는 분야에 막연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 책은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라는 제목에 혹해서 몇 년전 첫 번째 판을 읽은 후부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읽는 것 같다.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인데, 이번에는 우연히 작가의 블로그에서 직접 사인해서 보내준다는 공지를 보고 혹하여 구매했다.

(아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를 틈틈이 했다면 엄청난 실력을 갖춘 번역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서 필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 - 특히 출판번역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번역가가 되고 싶거나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서이자 참고서가 되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문구는 이렇게 번역해야 한다" 같은 문장 번역의 상세 기술을 다루고 있지는 않으므로 그런 정보를 원하는 분은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막연하게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직장을 오래 다닐 수는 없으니 뭔가 나중에도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해야 할텐데 그게 번역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생각해봤다. "나는 왜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번역이라는 분야를 기웃거리지? 내 영어 실력과 작문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일까? 과연 번역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일까? 내가 출판번역에 관심이 있고 잘 할 수 있을까?" 등.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 나의 영어/작문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뿌듯했다.


번역 작업하기도 바쁠 것 같은데, 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책을 통해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언제인가부터 독립 출판까지 하고 있는 작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작가의 블로그-햇살에 반짝이는 개울처럼 방문해보시길.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저자 : / 김우열역
출판 : 달그림자 2016.02.08
상세보기





'책이야기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0) 2016.03.20
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0) 2016.03.19
서민적 글쓰기 - 서민  (2) 2016.03.01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 김우열  (0) 2016.02.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