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강일 것이라는 시즌 전 예상은 온데간데 없고, 여오현/석진욱이 없어 올 시즌은 고전할 것이라던 삼성화재가 1위에 이름을 올린 채 2013~14 V리그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조금은 늦었지만 2013~14 V리그 1라운드 남자부를 리뷰해보겠습니다. 

 

■ 삼성화재 여오현/석진욱의 빈 자리-고준용/김강녕이 막았다

  1라운드가 끝난 현재 공격점유율 레오 57.25%/박철우 20.23% 입니다. 지난 시즌 1라운드에는 레오 51.93%/박철우 25.48% 였으니, 시즌 초반이지만 작년보다 레오 쪽에 공격이 더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석진욱/여오현 선수의 공백으로 리시브가 불안정해서 2단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까요?

 

[표1] 12~13시즌 vs 13~14시즌 1라운드 삼성화재 리시브 비교(자료출처:kovo 홈페이지)

 

  지난 시즌의 기록과 비교해보면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석진욱/여오현 선수의 빈 자리는 고준용/김강녕 선수가 아주 완벽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특히 여오현 선수의 대체자로 영입한 이강주 선수가 부진한 가운데 김강녕 선수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1라운드 대한항공과의 첫 경기에서 이강주 선수를 대신해 투입되어 5세트 결정적인 디그로 팀에 승리를 안겼고, 그 이후에도 이강주 선수를 대신해 주전리베로로 출전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의 두 기둥. 레오와 김강녕[사진출처:한국일보]

 

■ Untouchable 레오?!

  대한항공이 최근 삼성화재와 대결하면서 보여줬던 삼성화재를 공략하는 방법은 "강한 서브 → 공격 루트 단순화 → 유효블로킹/디그로 수비 → 반격"이었습니다. 삼성이 이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레오 때문인데, 레프트 포지션이라 아포짓보다는 공격 루트가 다양하고 스윙이 빨라 유효블로킹이나 디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올해 모든 팀들이 키 큰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온 이유 중의 하나가 레오의 타점을 견제하지 위해서였는데, 공격 측면에서는 본전을 뽑고 있습니다만 과연 수비에 있어서는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는 각 팀들의 서브도 많이 약해졌고(목적타 서브는 효과를 못 보고 그냥 서비스의 수준) 아직은 새로 온 외국인 선수들의 블로킹이 레오의 공격에 닿지 않습니다. 이는 삼성화재를 상대할 팀들이 전략분석을 통한 연습으로 풀어야할 숙제겠지만, 제 생각엔 일단 서브를 강하게 넣어 배드리셉션 처리가 나쁜 유광우 세터를 흔들어서 공격루트를 단순화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올해도 삼성화재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누구?

  올 시즌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왔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삼성의 레오, 현대의 아가메즈, LIG의 에드가 선수 모두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저는 항공의 마이클 선수가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 시즌 항공의 경기를 보면 세터와 공격수간의 호흡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즌 전 마이클 선수의 동영상을 봤을 때는 힘보다는 점프력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타입으로 봤기 때문에 높은 토스보다는 빠른 토스에 더 최적화 된 선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선수가 군입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이클 선수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이클 선수는 기존의 외국인선수들과는 달리 세터들의 고르지 않은 토스에 자신의 스텝을 조절해서 타이밍을 맞추고, 높은 점프력과 기술을 이용해서 상대 코트의 빈 곳을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항공의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신영수 선수가  아직은 부진하고 곽승석 선수의 수비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현재 항공의 승점은 전부 마이클이 벌어온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마이클 산체스가 아닐까 합니다.[사진출처:마이데일리]

 

■ 더욱 높아진 외국인선수 공격 의존도

   시즌 전 여러 팀들이 좋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선수들은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이고 있을까요? 

[표2] V리그 12~13시즌 vs 13~14시즌 팀별 공격성공률/점유율 비교(자료출처:kovo 홈페이지)

 

  위의 표를 보면 좋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는 삼성/현대/항공/LIG는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이 50% 이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제가 알기로 역대 최고급입니다. 물론 세터가 바뀌어 안정된 경기운영이 어려운 팀도 있고, 부상선수도 있고, 모든 팀이 우리카드나 한국전력처럼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블로그에 배구 이야기를 쓰면서 자료를 조사해본 바로는  사정과 관계없이 외국인선수에 대한 공격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이는 우리카드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기 중에 작전타임을 들어보면 세터들에게 "외국인선수가 때리기 좋은 공을 올려줘라"가 작전의 핵심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반면 우리카드의 경우 모든 선수들이 고른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고, 루니가 WGCC에 참가하느라 3경기를 불참했지만 팀과 잘 융합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전력과 러시앤캐시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공격점유율이 더 높은데, 이는 전광인/송명근이라는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외국인선수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선수가 잘 한다고 팀성적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LIG의 경우 김요한 선수의 부상이탈 여파도 있겠지만, 에드가 선수를 제외하고는 10%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선수가 없습니다. 이강원 선수를 센터로 돌릴 만큼 레프트 자원이 풍부한 선수명단을 보고 있자면 왜 이런 경기를 하고 있는지 의문만이 가득합니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공격의존도가 높은 배구를 해서는 우리나라 배구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물론 

2단연결이나 토스 등 수비 기본기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보완과 훈련이 필요하죠. 삼성화재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이걸 근거로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나쁜 서브리시브를 처리할 수 있는 세터와 해결능력이 있는 라이트의 부재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라도 프로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몇 년이고 계속한다면 국제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거창한 이야기까지 하지 않더라도 1라운드부터 외국인선수 어깨에 테이핑과 부항자국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가메즈는 1라운드 후반부터 공격하고 계속 넘어지더군요. 외국인선수들의 체력이 벌써부터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러다 외국인선수가 공격하다 지쳐서 전반기도 못 채우고 떠나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걱정됩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선수들도 더 분발해서 외국인선수들 못지 않은 모습으로 리그를 지배해가길 바랍니다.

 

■ 그 외 팀별 정리

1. 삼성화재 : 레오화재는 올해도 계속. 제2의 여오현 김강녕.

2. 현대캐피탈 : 여오현 효과는 어디로? 아가메즈 쓰러지겠네. 레프트 분발하자!!(공격도 수비도)

                       주전세터는 3명 말고 1명만....

3. 대한항공 : 마이클이 최고!! 리베로급 수비 곽대세. 황동일이 새가슴? 턱 밑에 다가온 세대교체

4. 우리카드 : 돌아온 국대 레프트 최홍석!! 배구는 팀스포츠!! 김광국 유부남 되더니 더 잘한다!!

                    이제는 허리아픈 왕년의 꽃미남 루니(안 나으면 침이라도 맞으세요).

5. 한국전력 : 세터도 밀로스도 시간이 필요해.(세터 하나 어디서 데려올 수 없을까 -_-;;;)

6. 러시앤캐시 : 이민규 새가슴 떨쳐내나? 송희채보다는 심경섭을...

                       김세진 감독님 힘내세요. 경기 중에 멘붕하지 마시고...

7. LIG : 우리의 지항점은 수비형 배구? 컨셉을 정해주세요. / 부상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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