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B에서 현재 1~4세트 25점으로 적용되고 있는 랠리포인트제도를 21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사실 조금 관심이 있는 배구팬이라면 새로운 뉴스는 아닙니다. 이미 FIVB에서 21점제 도입을 위해 23세 이하 대회를 만들어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죠.

  사실 배구에 25점 랠리포인트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서브포인트제도라고 해서 서브권이 있어야만 득점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1~4세트까지는 15점 서브포인트제도, 5세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15점 랠리포인트제도였습니다.

  최근 대한항공과 러시앤캐시의 경기 3세트가 56-54로 끝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배구경기가 아무리 길어봐야 3시간을 넘어가지 않지요. 하지 1998년 이전에는 배구 경기가 정말 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야구만큼 길었던 것 같아요. 한 팀이 14점에서 1점을 더 못 내서 세트가 끝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배구 경기 보기가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고, 4세트까지는 지고 있는 팀도 서브권만 주지 않으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5세트는 예외였습니다. 랠리포인트에 들어가면 경기가 급속도로 빨라졌고,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하면 좀처럼 이길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1994년 월드리그 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5세트 11-14에서 역전승을 거둔 우리나라의 경기는 당시 단연 화제였습니다. "기적의 명승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고 하죠. 당시 국민학생이었지만 그 때의 흥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11월 26일 대한항공-러시앤캐시 3세트 경기가 끝난 후의 전광판.

남자프로농구 한 경기 최소득점 202년 1월 11일 동부 52-41 KGC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사진출처:조이뉴스24 / 대한항공 점보스 홈페이지 인용]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5점제로의 전환은 어린 시절이었지만 매우 긍적적으로 생각했더랬습니다. 서브포인트제도의 경기는 너무 길었거든요.

  FIVB에서 랠리포인트제도를 25점에서 21점으로 바꾸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해보겠다는 것이죠. 작전시간도 2번에서 1번으로 축소하구요. 21점 랠리포인트제도 도입을 위해 23세 이하 대회라는 전무후무한 대회를 만들기까지 했으니, FIVB의 의지는 강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25점에서 21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현재 25점제도 하에서 1세트당 소요 시간은 25분 내외라고 하죠. 3-0 경기는 1시간 20분 정도면 끝이 납니다. 그런데 21점으로 경기를 하면 세트당 20분 내외로 3-0 경기는 1시간이 안 걸립니다. 지난 10월 FIVB 23세 이하 대회 기록을 보면 3-0 경기의 경우 40분~1시간 미만 걸렸고, 5세트 경기도 1시간 30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입장에서는 경기장 오고 가는 시간보다 경기시간이 훨씬 짧아지게 되는 거죠. 아무래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기장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내적으로 보면 초반 기선을 빼앗긴 쪽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듭니다. 물론 강팀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한 세트 안에서 역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경기를 보는 재미도 조금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21점 랠리포인트제도에 대해서 해외 배구팬들의 반응도 좋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런 가운데 과연 21점 랠리포인트제도가 도입이 될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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