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뜸했던 배구 포스트를 써보겠습니다.

리그 초반만 해도 매 경기 챙겨보곤 했는데, 응원하는 팀들의 성적은 안 좋고, 삼성과 현대의 독주가 이어지니 재미가 없어져서 요새는 중요한 경기 말고는 잘 안 보게 되네요.

여하튼 전반기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2013~14 V리그 전반기 순위표(LIG-러시앤캐시 전이 남아 있지만 순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 리시브 차이? 결국은 세터 차이!  

  사실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세터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리베로들의 리시브가 팀의 순위를 가를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시즌프리뷰] 2013~14 V리그 남자부 전망☜ 클릭) 아마 한겨레의 기자님도 저처럼 생각을 했었는지, 최근에 비슷한 뉘앙스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관련기사 : 배구는 세터 놀음? 바보야, 문제는 리시브야 ☜ 클릭)

  그/런/데/ 전반기가 끝나고 보니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1~3위 팀들은 모두 작년에 뛰던 주전 세터들이 건재한 반면, 4위 이하의 팀들은 러시앤캐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각자의 사정(군입대,부상 등)으로 인해 주전세터가 바뀌었습니다.

  4위 이하에 놓인 팀들은 세터의 경기운영을 이야기 하기 전에 토스 자체가 불안정합니다. 준비도 안 된 선수에게 토스를 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공격수가 도저히 공격할 수 없는 타이밍과 위치에 토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랠리 상황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선수들이 어렵게 수비해낸 공을 어이없는 토스범실로 날려먹는 경우가 많았지요.

  후반기는 어떨까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각 팀에 세터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거듭해도 세터들이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프로배구 팀들이 취하고 있는 전술이란 게, 서브리시브가 잘 안 되거나 20점을 지난 순간에는 외국인선수 때리기 좋게 올려주라는 것 이상이 없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더 나아질 거라고 보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대한항공/LIG에 이어 한국전력은 비소토라는 현역 브라질 국가대표팀 공격수를 영입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뛰어난 외국인선수들을 영입한 것은 4위 이하의 성적을 위한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카드와의 승점 차이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는 차이입니다. 후반기 리빌딩을 쉽게 선언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드디어 주전세터를 확정한 대한항공, 김요한이 돌아온 LIG, 그리고 3번쨰 외국인선수를 영입한 한국전력은 과연 후반기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4라운드 초반 연승을 거둘 수 있느냐가 이번 시즌 마지막 관건이 되겠네요. 여기에서 미끄러지면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선수, 그가 이렇게 보고 싶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_-;; [사진출처:OSEN]


 양강체제, 현대와 삼성  

   세계 3대 공격수 중 한 명이라는 아가메즈와 국내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 선수를 영입한 현대캐피탈.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전반기 내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시즌 우승 멤버가 건재한 삼성화재가 무난히 1위를 차지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2라운드 막판 블로킹에서 다른 팀에 위협이 되었던 박철우 선수가 경기 도중 왼손에 부상을 입으면서 삼성화재가 삐걱거렸습니다. 3라운드 4승 2패를 거뒀지만 풀세트 경기로 승점에서 손해를 보면서 극적으로 현대가 승점 1점 차이의 1위로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박철우 선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했기에 현대가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삼성 쪽에 기회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현대가 전반기 삐걱거렸던 이유는 1) 공격 몰빵 아가메즈의 체력 2) 여오현의 수비부담입니다. 공격점유율 58.05%를 기록하고 있는 아가메즈는 2라운드 중반부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깨에는 부항자국도 보이고 있죠. 여오현 선수도 고생이 많습니다. 윙리시버의 불안한 서브리시브까지 커버하느라 책임 반경이 넓어지는 바람에 3라운드 후반에는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성민 선수가 복귀했다고 해서 이 불안 요소들이 전무 해결될 수는 없기에, 시스템이 덜 갖추어진 현대보다는 삼성이 더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현대 입장에서는 1라운드 초반 반짝 회춘하는 듯 했던 미들블로커와 높이에서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박주형을 잘 활용해서 높이를 살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뭐 가장 좋은 건 임동규 선수 자리에 곽승석 같이 수비 잘 하는 레프트가 서는 게 좋겠습니다만, 당장 쉽지 않은 일이죠.


코트 안에서 싸우는 것도 모자라, 코트 밖에서도 설전이 진행중인 두 선수.

각자 팀의 운명이 걸린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사진출처:OSEN]


 사상 최초 봄배구가 눈앞에!! 우리카드  

  그 동안 고생했던 댓가를 올해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3위권에 안착한 모습입니다. 

  주전세터인 김광국 선수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고, 부상 이후 리시브 감을 잃은 최홍석 선수가 라이트에 위치하면서 김정환 선수와 루니가 레프트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주고, 이 두 선수를 안준찬/신으뜸 선수가 잘 백업하면서 팀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신인 리베로 정민수 선수도 이호 코치의 조련으로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양이 많기에 지난 시즌까지 반복되었던 체력적인 부분도 지속적으로 보완이 된다면 무난히 봄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삼성과 현대의 외국인선수에게 높이에서 고전하는데, 특히 레오 선수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선수들 모두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이 멤버 구성의 전성기일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빠른 시일내에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폼 갯수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드림식스, 아니 러시앤캐시, 아니 우리카드 한새 배구단 선수들.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봄배구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사진출처:KOVO 홈페이지]


■ 최고의 신인, 전광인 

   올해 좋은 신인들이 많죠. 송명근/이민규 선수 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저는 전광인 선수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팀성적은 꼴찌이지만 개인기록에서는 득점 4위, 공격성공률 1위, 디그 6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학리그에 월드리그 등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느라 쉴 틈 없이 달려왔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고, 외국인선수가 없는 팀 사정상 아포짓이라는 낯선 포지션에서 팀을 책임지고 있기에, 더더욱 그의 활약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전광인 선수를 매우 아끼는 팬으로서, 최근에 무릎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부디 부상없이 한 시즌 치뤄내길 바라고, 올해는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가까운 시일내에 전광인 선수가 봄배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꼽고 싶은 전광인 선수.

후반기에는 서재덕 선수와 함께 활짝 웃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네요.[사진출처:노컷뉴스]


 오심과 경기 운영 미숙 논란 

  한 세트 최다 득점이라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어느 시즌보다도 오심과 경기 운영 미숙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전반기였습니다. 

  중계방송에 나오는 고화질의 느린화면과 싸워야 하는 배구심판들의 어려움은 익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프로종목들 가운데 배구 심판들이 가장 나은 경기운영과 판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믿음에 도끼질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중계화면으로만 봐도 공이 튀는 각도 등으로 쉽게 할 수 있을 판정을 잘못해서 억울하게 비디오판독 기회를 날려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심지어 비디오 판독관이 오독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당인들의 잘못도 있겠습니다만, KOVO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어떤 점이 심판과 경기감독관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지 잘 따져보고, 보완점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오심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경기감독관들이 비디오 판독 요청 내용 및 판독 결과를 발표할 때 주어를 생략하거나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여 중계진, 관중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능하다면 경기감독관들에게도 스피치 스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느 해보다 오심논란이 많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타 종목이나 FIVB 대회보다 판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장 믿음직한 심판 중의 한 분이신 최재효 심판(오른쪽) [사진출처:스포츠서울]

이상으로 2013~14 V리그 전반기를 살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배구, 소위 몰빵배구로 점철된 V리그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있을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를 접고만 싶은 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후반기가 될 지....의심 반, 기대 반 해보며 졸필을 마칩니다.


덧) 그나저나 올 시즌 올스타전은 어디서 언제 어떻게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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