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팬의 입장에서 써본 글입니다. 모든 문장의 끝에는 "라고 생각합니다"가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많이 부족하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예상한대로 이변없이
토요일 삼성화재와 현대건설의 우승으로 2010~11 V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일단 우승한 팀들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내가 전한다고 받을 리 없지만...ㅎㅎ)
여자부의 경우는 경기를 보지 못해서 뭐라 할 말이 없고...
남자부의 경우 살짝 되짚어보면 항공에게 나름 반격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4차전 가빈의 타점이 분명히 조금은 낮았고 삼성이 체력부담이 조금씩 느껴졌기 때문이죠.
또한 항공의 힘인 강서브가 챔프전 어느 경기보다도 강하게 잘 들어갔고 삼성의 리시브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선수들 스스로 너무 많은 범실을 저지르면서 경기를 내주었고,
특히 챔프전 내내 팀이 뒤지거나 접전인 상황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메이커가 없었던
점은 항공팬으로서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더구나 경기후 기사를 통해 접한 고희진의 다소 오만하다고 느껴지는 발언은
(관련기사 : 고희진 "대한항공이 우리를 이겨? 너무 웃겼다" <- 기사 클릭)
아쉬움으로 가득한 저의 마음에 "들끓는 분노"를 보너스로 안겨 주었습니다.
여하튼 삼성의 우승으로 또 다시 "가빈화재"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해볼까 합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썼듯이 (지난 포스트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가빈화재"의 근간에는 삼성의 철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엄청난 수비훈련이 있습니다.
삼성의 끈질긴 수비력은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없고, 그 수비가 없으면 가빈의 공격도 없습니다.
따라서 "가빈 하나에 당하는 우리나라 배구"라는 의견에 전적으로는 동의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이런 기사를 쓰시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배구기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시스템은 박철우의 부상으로 신으뜸이 가세하면서 급격히 완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삼성에게 1승을 한 엘라가 제일 잘했다는 이야기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빈화재" 시스템은 개운치 않음을 넘어 매우 불편합니다.
바로 선천적/유전자적 열등감을 극복할 수 없다는 자존감에의 상처 때문입니다.
키 크고 힘센 외국인 선수가 팀공격의 대부분을 맡고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 디그, 2단토스만 잘하자는 개념의 "가빈화재 시스템"은
우리나라 선수들을 조연으로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우리나라는 라이트 공격수를 키울 수 없다"
는 이야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삼성이 "가빈화재" 시스템을 갖춘데에는 타팀에 비해 국내선수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배경
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그들의 땀방울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이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상무와 우캐를 빼고는 라이트 포지
션에 우리나라 선수가 뛰는 팀이 없으니 대부분의 팀들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LIG나 항공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낮았던 반면 삼성은 그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한 선수가 팀공격의 60~70%를 차지하는 배구는 없습니다.
올해 삼성은 우리나라 최고의 왼손공격수 박철우를 3억이라는 거액에 영입했습니다.
(뭐 딸에게 아파트 해주는 기분으로 영입했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박철우도 영입했겠다. 우세진 좌진식의 막강화력 삼성화재를 기대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박철우를 "가빈화재"시스템에 동화시키려 했습니다.
시즌 초의 위기는 석진욱 선수가 빠지고 공인구에 적응이 안 되면서 리시브가 흔들렸던
게 문제였지, 박철우가 부진했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라이트에 어울리고 라이트에서만 활약했던 왼손잡이 공격수를 레프트에 세우려했던 삼성.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만약 가빈의 자리에 박철우가 뛰었다면 삼성의 배구가 이렇게까지 욕을 먹었을까요?
혹사 논란이 있었겠지만 박철우 선수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기사가 더 많지 않았을까요?
더 화가 나는 건 "가빈화재 시스템을 이기는 팀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수비만 하고 외국인선수가 팀 공격의 60~70%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배구
를 봄배구에 참가한 어떤 팀도 깨지 못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정말 방법이 없는건가"하는"선천적 유전적 열등감"을 아주 뼈저리게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우리나라 배구는 월드리그 5위의 기록을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가" 하는
커다란 의문과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항공이
챔프전에서 제 플레이를 못하고 4연패를 당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우리캐피탈의 플레이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우캐는 지난 시즌 "선진배구의 빠른 플레이를 추구하겠다"는 목표아래 블라도라는 세터를
용병으로 영입했습니다. 물론 블라도와 다른 선수간의 호흡/의사소통 문제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고 블라도와 김남성 감독은 팀을 떠났습니다.
올해에도 우캐에는 뛰어난 용병은 없었지만(어쩌면 너무 일찍 떠나보냈거나)
국내 선수들의 유기적이고 빠른 플레이를 추구하려는 시도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되었고
시즌막판까지 3~4위를 다투는 등 나름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삼성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식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우리나라 배구도 조금씩
이나마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대형공격수는 없어도 유기적인 플레이로 V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우리캐피탈(대구은행?) 드림식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출처:엑스포츠)
물론 삼성도 계속 "가빈화재" 시스템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가빈화재 시스템의 키를 쥐고 있는 여오현도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하고,
또 한명의 키맨인 가빈도 팀에 동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언제든 떠나면 그만이지요.
신치용 감독도 "이제는 가빈화재에서 벗어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기대는 해보지만,
과연 몇년간 우승을 안겨다 준, 이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완전체가 되어 몇 년은 더 흥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과연 포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단 가빈에게 재계약 의사를 타진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더더욱 그렇네요...)
어쨌거나 2010~11 V리그 덕분에 지난 겨울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물론 빡빡한 일정덕에 선수 및 관계자들께서는 많이 힘드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다음시즌에도 재밌는 배구 보여주시길 기대해봅니다.
내년엔 항공도 이런 거 한번 해보자!!! (출처: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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