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2011년 월드리그가 시작되었습니다.

 

"빠른 배구를 하겠다"라는 박기원 감독의 말씀은 배구팬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으나

V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공격수들은 죄다 부상을 이유로 빠진 상태였기에

사실 이번 월드리그는 런던올림픽 예선을 대비해서 서로 손발을 맞춰보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즉, 별로 기대 안 했다는 말이죠.

그런 와중에 열린 1주차 홈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대학생들이 주축으로 나선 상황임에도

세계랭킹 4위 쿠바와 1승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일요일 경기는 1세트부터 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주말경기를 모두 집관한 느낌을 써보고자 합니다

 

1. 빨리빨리

사실 언론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만

토요일 세트플레이 상황에서는 빠르게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쿠바의 블로킹은 한선수의 토스앞에 갈기갈기 찢어

졌고, 덕분에 우리나라 공격수들은 경기 내내 거의 원맨블록을 상대로 공격을 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구요.

물론 토요일 경기도 스피드만 놓고 보면 항공이나 우캐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다른나라 대표팀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라는 점, 더욱이 클럽팀이 아닌 국가대표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강한 서브

토요일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자 일요일에 졌던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토요일에는 센터공격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서브가 강하게 들어가면서

상대의 세트플레이를 저지하고 공격루트를 단순화 시키는 작업이 잘 되었던 반면

일요일에는 강하게 넣겠다는 생각때문에 힘이 들어가거나 공의 밑부분을 때리는 경우가 많았

습니다.

 

3. 젊은 패기

사실 월드리그 전에는 최홍석,전광인,김정환의 날개공격수들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주말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은 패기를 바탕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전광인 선수는 강한 공격과 서브로 깜짝 스타가 되었고,

전광인 선수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최홍석 선수도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구요.

다만 두 선수의 단점도 뚜렷하게 보이더군요.

일단 두 선수 모두 일단 수비 연습을 더 해야겠더군요.

서브리시브는 물론이고, 플레이 중에 패스를 정확히 올리는 연습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또한 전광인 선수는 공격할 때 고개가 숙여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경기 중 시야확보나 순간적인 상황대처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고,

한 십년쯤 지나 힘이 떨어질 때에는 기량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이제 대학생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의 이런 생각들은 모두 기우가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4. 아직 갈 길이 멀다

좋은 출발을 하긴 했지만 월드리그는, 그리고 대표팀은 이제 시작했을 뿐입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주말 경기 중에 나왔던 나쁜 점들은 찾아내서 고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 아직은 스피드가 부족합니다. 조금은 더 빠른 플레이를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강한 서브를 갖추어야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경기결과가 그 증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의 회전을 더 주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외국 선수들은 신장과 점프력이 좋으니 서브가 떨어지는 각도가 크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점이 다소 낮은 대신 공의 회전으로

승부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전문가가 아니니 이 이상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셋째, 디그나 잘못된 서브리시브 후의 2단토스를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알려주셔서 미국-폴란드의 경기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요,

미국의 스피드와 파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돋보였던 건 세트플레이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공격수가 공격하기 알맞은 2단토스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주말 경기를 보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2단토스가 상대적으로 매우 거칠게 느껴졌고, 그나마 잘 올라온다는 2단토스는 너무 높고 느려

신장과 점프력에서 열세인 우리의 공격은 상대의 트리플블록에 막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프로경기에서는 디그나 서브리시브 이후에 연결되는 2단토스를

용병이 때리기 좋게 높고 천천히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주말 쿠바와의 경기에서 보았듯이

국제대회에서는 이런 식의 토스가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현재 국가대표팀 선수 구성상

이런 식의 2단토스를 상대코트에 꽂아넣을 수 있는 공격수가 없습니다.따라서 2단토스를

조금은 낮더라도 빠르게, 그리고 네트와 적당히 떨어져 공격수가 공격하기 쉽게 올려주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월드리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해야 하는 힘든 대회입니다.

그나마 우리로서는 쿠바의 홈경기가 없어 쿠바까지 갈 필요가 없고, 체력이 남아 있는 라운드

초반에 홈경기를 많이 치루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바와 1승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기분좋게 시작한 월드리그.

4승이라는 "결과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만,

2014년 런던올림픽 진출의 기초를 마련하는 "내용의 목표"를 꼭 달성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배구 대표팀 화이팅!!

 [사진출처:FIVB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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