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러시앤캐시를 제치고 드림식스 인수전에서 승리한 우리금융지주가

[사진출처:KOVO]

4월 5일에 체결한 드림식스 양도ㆍ양수계약서의 잉크가 이미 말라버렸을 시점인 

6월 19일, 드림식스 인수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가,

일주일만인 6월 26일 오후 6시에 최종적으로 입장을 재번복하여

일단 드림식스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사태는 "프로스포츠 최초의 팀인수 번복이라는 흑역사"를 만들기 직전까지 갔다 돌아왔습니다만,

아직은 배구팬/선수/관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사건의 시작 : 회장님의 한 마디

사태의 발단은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카드사는 자생력이 없어 구단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리고 투자하는데 비해 마케팅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신임회장의 말 한 마디가 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럼 신임회장은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요? 기사를 통해서 추측된 바로는 전임회장과의 차별화/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느라 그랬다고 하죠.

 

그러나 여러 배구팬과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금융지주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단보다 드림식스의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고 봅니다(최소한 10~20대에게는 말이죠). 또한 배구단 운영에는 40억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순우 신임회장의 발언의 원인은 1) 전임 회장이 마케팅 효과나 예상 운영 금액에 대한 분석 자료 없이 드림식스 인수를 추진했거나, 2) 신임 회장이 구단 인수 관련 자료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3) 혹은 1),2)번 모두일 것입니다.

 

어쨌거나 드림식스 인수 백지화 추진의 원인이 "신임회장의 한 마디"라는 점은 우리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과 관공서에 만연한 상명하복의 의사결정구조의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우리금융지주에서 드림식스 인수를 추진했던 실무자들은 프로배구의 마케팅 효과를 알았을 겁니다. 그러나 회장이 드림식스 인수 백지화를 언급했을 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직원은, 설령 우리금융지주가 아니라

다른 회사였다고 해도 아마 없을 겁니다.

 

◈ 회장님은 왜 마음을 바꾸셨을까?

26일 12시까지만 해도 드림식스 인수 백지화는 현실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는 입장표명 시한을 연장한 이후 구단 인수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입장표명을 유보했을 때부터 재번복의 가능성이 높았다고 느껴집니다.) 왜 회장님은 다시 생각을 바꾸셨을까요? 인수 백지화를 비판하는 여론도 한 몫 했을 것이고, 60억이라는 위약금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저는 아래 기사에 주목해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IMF이후 부실 은행들을 끌어다 모아 공적자금이 잔뜩 투입된 회사로,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중이 많이 낮아졌지만 현재까지도 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입니다.

그래서 우리금융지주를 검색해보면 관치금융이라는 단어가 따라 다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인수 백지화에 대한 언급은 신임회장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주주구성 현황[출처:우리금융지주 홈페이지]

 

◈ 인수 백지화 해프닝?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

그렇다면 이제 KOVO와 배구팬 그리고 2년간 주인없이 고생만 했던 드림식스 선수들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포기하려고 했던 주된 이유는 "구단 운영할 돈이 없다"였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봅시다. 드림식스 인수를 포기할 경우 위약금으로 60억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위약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KOVO에 20억원을 이미 냈기 때문에 만약 인수를 백지화 했다면 우리금융지주가 추가로 내어야 하는 돈은 40억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배구단을 운영하는 데 1년에 40억정도 든다고 봤을 때, 우리금융지주가 입장에서는 팀을 운영하거나 말거나 소요되는 비용은 40억이 됩니다.(물론 선수단 숙소,훈련장 마련, 경기장에 광고판 부착 등의 추가 소요비용이 들겠지만, 이는 유니폼에 광고 삽입 등으로 보상할 수도 있으니 대충 비슷하다고 봅시다.)

결국 내년 시즌 종료까지는 위약금을 내나 구단을 운영하나 드는 비용은 비슷것이지요.

 

그래서 위에 언급된 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기사 말미에 보면 아래와 같이 씌여 있습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현재 배구단을 인수하겠다고 관심을 보이는 복수의 업체가 있다”며 “프로배구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이른 시일 안에 구단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많은 기사에서는 가능성 정도로 언급하고 있으나, 저는 우리금융지주가 드림식스를 다른 기업에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되었든 간에,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구단 매각이야말로 회장의 의견을 관철하고, 금융당국의 지적을 피하면서, 소요비용을 줄일 수 있는 1석3조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이 팔리는 그 순간까지 선수단에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수단 훈련장은 둘째치고 숙소도 싼 곳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 외에도 체력 회복을 위한 시설이나, 코치 인원수까지 아마 최소한 혹은 그 이하의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KOVO는 당장 우리금융지주의 드림식스 인수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 몰라도, 그 이후까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계약서에 명시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금융지주가 구단을 인수했다가 컵대회나 정규리그 시작 전 다른 기업에 되파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지요.

 

아무쪼록 음모설에 가까운 저의 걱정이 기우가 되어, 2년이 넘게 고생하고 있는 드림식스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느라 고생했던 팬들이 편하게 운동하고 응원할 수 있길 바랍니다. 

드림식스 선수들의 환한 미소가 코트에서 계속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공교롭게 사진 속 선수들 중 한 명 빼고는 다 드림식스를 떠나게 되었군요.[사진출처:KOVO]

 

덧) 이번 사태 관련 기사를 보니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가 드림식스 인수 선정 과정에서 서울에 전용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관련기사:[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우리금융, 배구단 인수 포기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 맞나? ☜ 클릭) 사람사는 집 짓기도 벅찬 서울땅에 배구 전용구장이라니,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는 사람들이 한심하네요. 구단 인수 과정과 평가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러시앤캐시 창단도 그렇고....아직 갈 길이 멀고 먼 KOVO이고 배구계 어르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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