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랭킹 팀 끼리 같은 조에 배정된 상태에서 한일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순항하는 듯 했던 대한민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핀란드와 캐나다에 연패하며,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본선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경기를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동안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늦었지만,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1. 막내가 에이스

   프로선수가 대부분인 대표팀에서 대학생 전광인 선수가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전광인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프로선수들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학생 후배보다 못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매 경기 우리나라 코트에 아포짓이 서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한때 한 경기 50점을 올리며 우리나라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라 불리던 박철우 선수는 어느 새 높고 고운 토스에 적응이 되어 한일전 빼고는 뛰는지 아닌지 찾기도 힘들더군요. 그나마 김정환 선수가 분전해주고 있으나, 지난 시즌 팀 사정도 좋지 않았고 레프트로 출전하는 바람에 혹독한 적응기를 보냈습니다. 국제대회에서는 신장 때문에 블로킹에서 약점이 있구요.

  기사에서는 문성민 선수의 부상 공백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아포짓으로 활약하던 대학생 시절의 문성민이면 모를까 지금은 아닙니다. 서브도 문성민 선수가 빠지고 강도가 약해졌다고 하는데, 국제대회를 보면 스파이크 서브보다는 공의 회전을 이용하는 플로터 서브가 많고 우리나라 선수들도 여기에 많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격이나 서브나 수비 모든 측면에서 보면 문성민 선수의 공백이 크다고 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없어서 아쉬운 선수를 꼽으라면 최홍석 선수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요. 작년 재작년 월드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리그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쳤더랬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아포짓에서의 득점 능력을 높이지 못하면, 전광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것 같습니다. 전광인 선수 개인이나 우리나라 대표팀 모두 매우 걱정스럽네요.

"소년가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전광인 선수.

대표팀인데 형님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사진출처:FIVB]

 

2. 의지가 없는 협회?!

   협회가 월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는 의지가 없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관련기사:전 2명 이탈, 월드리그 결선 의지 있었나] 박상하의 상무 입대에 따른 기초군사훈련 입소, 이강주 선수의 결혼을 왜 미루지 못했냐는 게 그 이유였는데요. 기사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주전 2명 없다고 이길 팀을 못 이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2명 빠졌다고 대표팀의 경기력이 걱정될 정도로 열악한 배구판의 현실을 개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긴 시즌으로 인해 선수들이 모두 부상이라 쓸 만한 레프트 한 명 충원 못 하는 현실....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몰빵배구로 일관하느라 어느 덧 사라져버린 아포짓,그리고 느린 공격템포에 적응되어 다른 나라 대표팀의 공격은 쫓아가지도 못하는 미들블로커....그렇다고 2단연결이나 세터의 토스가 좋은 것도 아니구요.

   협회가 의지가 없는 것은 맞습니다. 상태가 이 모양인데도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죠. 대표팀은 대한배구협회가, 프로리그는 KOVO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두 단체는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년 올림픽만 해도 일본은 시즌을 조기에 종료하고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간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 예선 직전까지 시즌을 치뤄야 했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해도 부족했을 아시안 지역 예선에서 미끄러진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요.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을 그렇게 보냈는데, 매년 하는 월드리그에 의지를 보일 리 없지요. 작년 런던올림픽때도 제대로 지원 못 하더니, 기사를 보니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더군요. 

   매년 고생하고 계신 박기원 감독님과 선수들이 안스러울 따름입니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기원 감독님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사신출처:FIVB]

 

3.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

  당장 프로리그가 흥행에 성공하며 겨울스포츠 No.1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하지만, 내실이 갖추어 지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선수들도 긴 시즌을 마친 뒤 성치 않은 몸으로 힘들게 뛰면서도 패배만을 경험한다면, 어떤 선수가 대표팀에서 뛰고 싶겠습니까? 어떤 팬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배구가 재밌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겠습니까?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배구협회는 중고등학교 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KOVO는 선수보호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프로리그를 최소 1라운드는 줄여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세계배구의 흐름을 우리나라에도 접목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키워야 할 것입니다.

  1992년 독일과의 경기에서 5세트 11대14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1995년 월드리그 본선리그에 진출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배구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배구 관련 종사자 모두의 설 곳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배구가 좋아서 땀 흘리는 선수들은 물론이요,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진정으로 배구계를 위해서 노력하는 협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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