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팬의 입장에서 써본 글입니다. 모든 문장의 끝에는 "라고 생각합니다"가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많이 부족하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1. 여자부

4월 6일 도원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은 역시나 예전의 경기처럼 풀세트의 접전이었다.

김사니 선수를 중심으로 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던 흥국도 잘 했지만

예전 포스트에서 지적했 듯 선수들 개개인의  정신적 측면에서 분발이 필요했던 현대건설은

이날은 풀세트 경기를 뛰 황연주의 분전, 컨디션 난조로 그간 부진했던 케니의 부활과 더불어

3세트 김사니 선수와의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강한 기를 보여준 윤혜숙 선수까지

선수들 스스로가 마음을 다 잡은 듯한 모습으로 3대2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토요일에 열릴 6차전 역시 양팀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신력 싸움이 될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현대건설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물론 김사니 선수와 범실없는 안정된 흥국의 플레이가 건재하지만 체력부담이 너무 크다.)

현대건설이 "이번 경기만 이기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몸이 경직된다거나 과욕을 부리지만 않으면 무난히 2010~11시즌 V리그 통합우승을 하리라 본다.

 

 

2. 남자부

항공팬으로서 어제 경기를 본 뒤 정말 숨이 턱턱 막히고 토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삼성화재가 왜 가빈화재라고 불리는지, 하지만 가빈은 왜 "우리 팀은 원맨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항공이 삼성을 상대로 4대1의 절대 우위를 보였던 이유는 바로 강서브.

강한 서브로 상대방의 리시브를 흔들어 세트플레이를 저지하고 우리편의 분위기를 올렸던 것이 바로 승리의 원인이자 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 중의 하나였다.

항공이 이번 챔프전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에반 서브순서에서 연속득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챔프전에서 에반을 비롯한 항공 선수들의 서브는 정규리그의 그것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하지만 삼성은 그 강한 서브를 코트 안에 높이 띄우겠다는 생각으로 어렵사리 리시브를 한 뒤

가빈에게 최대한 예쁜 2단 토스를 올려주면 가빈은 큰 키에서 비롯되는 높은 타점의 강한 공격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진정한 힘은 바로 분석에 이은 공격수별 맞춤 수비 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아니 어제 경기를 보고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당장 이번 챔프전에서 항공 공격수의 공격이 삼성 코트에 한번에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특히 세트의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시점에서 말이다.

이는 바로 삼성이 에반/신영수/김학민 모든 선수들의 공격루트에 대한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맞춘 수비 포메이션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쉽지, 접전 상황에서 상대방의 공격수가 누구인지 순간적으로 인지하고 팀원 전체가 그에 맞는 약속된 포메이션을 만들어 범실없이 디그한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삼성은 상대방의 숨을 조이는 듯한 이 질식수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삼성의 연습량이 많다고 하는 것이고, 선수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삼성은 춤형 수비포메이션을 통해 "상대 공격디그 ->예쁜2단토스 -> 가빈공격" 의 과정을 거쳐 어떤 순간에서든 득점을 하고 결국에는 이기는 것이다.

그러니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가빈 혼자 줄창 때려대니 "가빈화재"라고 하고

가빈은 그 바탕에 수비포메이션과 엄청난 연습이 있기에 "혼자 하는게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삼성의 승리 공식 - 수비와 강한 에이스의 공식을 완정한 가빈와 여오현.

아마 삼성의 '맞춤 수비포메이션'의 중심에는 여오현이 있을 것이다.

신치용이 최태웅은 버려도 여오현은 버릴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출처:뉴시스]

 

항공도 물론 가빈의 공격루트에 대한 분석을 했고 대비를 했겠지만

가빈의 타점이 (큰 키덕에) 워낙 높으니 공격의 거리,각도가 제맘대로 조절이 가능해서

가빈에게 많은 점수를 허용하면서, 분위기는 항공이 좋은 듯 해도 결국은 지고 마는 것이다.

(물론 어제 3세트를 지고 나서 분위기도 급격히 다운되어 버렸지만, 분위기 메이커나 리더의 부재만으로는 항공 선수들의 분위기 침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보는 내가 다 토할 것 같은데 항공 선수들이라고 기운이 나겠는가. )

 

게다가 유광우가 적절하게(정확하게는 가빈몰빵이 항공 선수들의 뇌리에 박혀있을 때 쯤) 중앙속공, C속공을 간간히 섞고 있으니 항공 입장에서는 정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3세트는 조금 아쉬웠는데, 가빈의 높이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자

유광우는 20점대의 접전 상황임에도 가빈이 아닌 중앙속공을 백분 활용하는 영리함(또는 얍삽함)을 보였다. 이를 알아챘다면 항공이 충분히 견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하나 더 삼성은 곽승석에게 특히 플랫서브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차전에서 알게 된 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지만 곽승석 선수가 머리 높이 정도로 오는

플랫서브 리시브에 아주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삼성이 아주 끈질지게 이용하고 있다.

리시브는 잘 해주고 있는데, 리시브 후에는 하더라도 뒤로 눕거나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아 곽승석의 장기인 "리시브 후 시간차 C속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토요일 삼성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한다면(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가빈이 드러눕지 않는다면) 항공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항공 입장에서 기대한다면 중앙공격수가 신들린 듯한 블로킹을 보여줘야 한다.

가빈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강서브,디그,블로킹인데

앞의 두개가 안 되니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건 블로킹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진상헌말고 김민욱을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배호철이 지난 경기 선전했던 것은 물론 본인도 긴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잘 했지만

한선수와 다른 타이밍의 토스 때문에 삼성 선수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았던 것이 크다.

김민욱이라면 진상헌보다 강한 서브와 생소함을 삼성에게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혼전에서의 위치 선정이라던가 선수간의 호흡 불일치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것 이상의 뭐라도 해보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보인다.

 

여하튼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결과가 어떻게 되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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