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팬의 입장에서 써본 글입니다. 모든 문장의 끝에는 "라고 생각합니다"가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많이 부족하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1. 리뷰

남녀 챔프전이 같은 곳에서 열리던 날. 말로만 듣던 10세트 경기를 본 날.

 

남녀 승리팀 모두 승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여자부 5세트 11대8에서 미아의 몸에 맞고 네트를 넘어가 현건 코트에 떨어진 결정적인 그 득점.

남자부의 경우엔 5세트 막판 터진 고희진의 신들린 듯한 플랫서브(경기 내내 안 그러더니 --;;)

 

하지만 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고, 각 팀이 이기고 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자부의 경우 경기 초반에는 분명히 흥국생명이 체력의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2세트를 접전끝에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흥국쪽으로 끌어들였던 점이 중요했다고 본다.

만약 2세트까지 현대건설이 따냈다면 경기는 현건이 가져갔을 것이다.

또한 흥국은 체력이 바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복없는 플레이를 하면서

결국 범실이 많았던 현대건설을 이기고 시리즈 전적을 2대2 원점으로 만들었다.

흥국이 2세트를 이기고, 범실 없는 경기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김사니 세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쪽으로 가겠구나....생각해도 김사니 세터는 허를 찔러 다른 공격루트를 이용했다.

또한 팀이 위기에 봉착해도 선수들을 독려하며 플레이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어떨때는 흥국생명의 어린 선수들도 김사니의 노련한 경험에 물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흥국에게 김사니 선수는 정말 든든한 존재. 국가대표 세터의 이름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출처:뉴시스]

 

반면 현대건설의 경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윤혜숙 선수가 경기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고,

공격을 맡아 줘야 할 케니 선수도 점프할 때 디딤발이 되는 왼발에 무슨 문제가 있는 듯

2세트 시작 전 진영을 바꾼 뒤 발바닥에 테이핑을 했고 왠지 점프도 가볍지 못한 느낌이었다.

시즌 내내 든든한 리시브로 염혜선 세터를 지원했던 신예지 리베로도 조금은 지친 듯한 모습.

선수단 전원이 연일 계속된 경기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듯 했고

그래서인지 서브,리시브,공격,블로킹 모두 파괴력이 반감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자부의 경우는 좀 달랐다.

항공이 1차전에는 다소 주눅이 든 플레이를 펼쳤다면 2차전은 정말로 열심히했다.

특히 4세트 초반 한선수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된 후 배호철 선수가 투입되면서

솔직히 관중들 사이에서는 "아....망했다"라는 분위기가 역력했었지만,

배호철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결국은 리시브 불안과 에반에게만 공격이 집중되면서 경기를 내주었지만...)

한선수 선수의 공백을 잘 메워준 배호철 선수. 시즌 중에 조금만 주전 선수들이랑 맞춰 보았더라면

 5세트 막판 에반바라기만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가 없었다면 5세트도 없었을 것이다. [출처;KBS N 캡쳐]

 

현장에서 본 항공 선수들의 서브는 정규시즌의 그것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규시즌에서는 서브리시브가 나쁘면 삼성의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챔프 2차전에서는 서브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볼도 언더토스임에도 가빈이 때리기

좋은 높이로 올라갔고, 가빈은 그 볼을 점수로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항공 입장에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못해 토가 나올 정도.

공격점유율 63%에 성공율 58%....

항공 입장에서는 정말로 가빈을 막기위한 많은 준비를 했는데(강서브,블로킹,디그)

가빈이 너무 잘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틀 연속 경기임에도 체력 또한 떨어지지 않았고..

 

로봇은 차두리가 아니라 가빈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그야말로 "괴물 가빈" [출처:엑스포츠] 

 

거기에 더해서 유광우 세터가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삼성의 공격 루트가 "닥치고 가빈몰빵"이라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에도 가빈몰빵?'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중앙속공과 레프트 C속공을 간간히 섞어주는게

바로 삼성 세터의 포인트인데, 2차전 유광우 선수는 그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항공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코트 구석으로 2단 공격을 하는 넓은 시야까지 자랑해대며

삼성의 주전세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신으뜸 선수가 1차전 못지 않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유광우 선수의 삼성스러운 노련한 경기운영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유광우, 너의 토스에서 "작년 최태웅"의 냄새가 난다.[출처:스포츠서울]

 

2. 프리뷰

여자부는 응원은 안 하고 그냥 봤고, 남자부는 죽을 힘을 다해 응원했는데

솔직히 응원했던 팀은 다 져버렸고, 너무 힘들어서 걸을 힘도 없었다.

보는 사람이 이런데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의 피로감은 어떨까 상상조차도 되지 않는다.

실제 경기장에서 여러 선수들이 쉬는시간마다 마사지를 받고 테이핑을 하고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이걸 생각해봐야 한다.

본인들도 힘들다. 연일 계속 경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치기로 따지면 현대가 PO 5경기를 모두 치르고 올라온 흥국보다 지쳤을까?

여자부 4차전 코트에서 제일 많이 뛴 사람은 바로 코트를 닦는 마퍼였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마퍼는 걸레를 들고 뛰어 나가야 했고

어떤 때에는 마퍼가 동시에 3명이 뛰어나가야 할 만큼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코트에 넘어졌다 일어나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제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이기겠다는 강한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범실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가져가는 팀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남자부에서는 항공이 내일의 경기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솔직히 가빈을 막는게 정말 어려워 보인다.

삼성은 서브리시브가 되건 안 되건 가빈에게 볼이 올라가고, 가빈은 그걸 처리해버린다.

유효블로킹을 만들려고 아무리 쫓아다녀도 쉽지 않고, 공격 위치에 디그할 선수가 가 있어도

타점이 높아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구사하니 디그 하기도 쉽지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정은 목/토/일...거의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가빈도 결국 사람이다(내가 알기로는...로봇인가? --;;). 언젠가는 지칠 것이다.

결국 3차전을 가져오면 주말 경기에서는 가빈의 타점이 낮아질 것이므로

항공 입장에서는 블로킹으로 가빈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고

시리즈를 인천까지 끌고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빈을 막지도, 지치게도 하지 못한다면 항공의 V1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보내며

4월 6일과 7일 열리는 남녀 챔프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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