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흥국이 1차전을 재연해내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1세트부터 흥국의 날카로운 서브가 IBK를 흔들었다. 서브의 타겟이 된 선수는 표승주가 아니라 김주향이었다. 1세트 시작부터 흥국의 연속득점이 나오는 동안 흥국의 서브는 모두 김주향 선수를 겨냥했고, 리시브에서부터 흔들린 IBK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김주향 선수는 경기 내내 서브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림1] 플레이오프 3차전 IBK 선수기록. 김주향 선수의 리시브 효율이 7.69%까지 낮아졌다.(출처:kovo 홈페이지)


여기에 흥국은 2차전과 달리 김연경 선수와 라자레바가 엇갈리도록 오더를 짰다. IBK는 첫 서브만 견뎌냈으면 라자레바가 김연경 선수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후에 겨우 사이드 아웃을 만들어냈다. 라자레바가 후위에서 경기를 시작한 것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림2] 플레이오프 3차전 1세트 스타팅 오더.(출처: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여기에 신연경 리베로의 부상 이탈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한지현 선수가 급하게 투입되었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경기를 끌려가는 상황에서 체력 저하로 몸이 무거운 선수들간에 수비포메이션에서 혼선이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내주는 점수가 많았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조송화 선수가 투입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한 라자레바의 분전이 기억에 남는다. 시즌 초반에는 뭔가 차갑고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플레이오프에선 공을 터트릴 것 같은 강한 공격을 퍼부었고, 수비에선 디그를 위해 몸을 던졌다. 얼음공주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라자레바라는 수준급 선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날 경기에서 흥국의 성과는 브루나의 도약과 김다솔 세터의 성장이다. 브루나의 경우 김다솔 선수와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면서 후위와 전위 왼쪽 자리에서의 공격의 위력이 이전 어떤 경기에서보다 좋았다.(반면 오른쪽 사이드에서의 공격은 다소 어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3차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 지도 모르겠다.(관련기사:'경고받을 각오' 다진 브루나의 각성…챔프전 키플레이어로 https://n.news.naver.com/sports/general/article/001/0012282379)
김다솔 선수의 경우 압박감이 심했을 3차전 마지막 경기임에도 이전 경기보다 안정적인 토스를 선보였고(김미연 선수가 경기 내내 서브리시브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게 컸다), 브루나와 미들블로커들이 한 발 더 움직여서 공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패턴을 잘 지시하고 활용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흥국의 플레이오프는 팀이 완성되는 단계에 해당되는 시기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3차전만 보면 그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오늘부터는 GS칼텍스와의 챔프전이다. 흥국 입장에서 GS칼텍스와의 경기는 IBK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흥국의 플레이오프 승리 요인은 김연경의 꾸준한 공격 성공,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강한 서브인데, 만약 GS가 최장신 선수인 러츠를 김연경 선수와 맞붙이게 되면 김연경 선수의 공격 성공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서브리시브 측면에서는 GS의 이소영 강소휘 선수가 IBK보다는 한 단계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흥국의 승리 확률이 더 떨어지게 된다. 플레이오프와 달리 홈 어드벤티지도 GS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GS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다만 프로배구에서 통합우승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휴식기 동안 떨어진 경기감각이었다. 정규리그 우승 후 주어지는 휴식기간 동안 선수들의 체력이 비축되니까 당연히 유리하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휴식기간 동안 경기를 못해서 경기감각과 경기체력이 떨어지고, 긴장이 약간 이완되면서 정규리그를 치르는 동안 입은 크고 작은 부상부위가 아파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녀부 모두 통합우승에 실패한 사례가 최근에도 많이 있었다. 또한 작년 코로나 여파로 GS칼텍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은 챔프전을 처음 치르게 되는데, 그 중압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내는가가 GS 입장에서는 관건이 될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시즌 초에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팀이 챔프전에서 만났다. 과연 두팀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오늘 경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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