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가끔 사전정보 없이 표지만 보고 고를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뒤에 여행은 커녕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서 있는 공항의 전경이 그려진 표지가 반가워서 보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빌렸다.

이 책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잠시 일상을 멈추고 떠난 해외여행에서 어떤 사건들을 겪으면서 아픔을 치유받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치유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영화/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에는 모두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는데, 클라이맥스 부근에 삽입된 그림은 이것들을 머릿속에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곳, 바로 인천공항이 배경이다. 적당히 앞의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여행을 싫어하던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으면서 마무리되는데, 장소/소재/내용 측면에서 여행소설의 마지막 장으로 잘 설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스테르담, 달랏, 파리, 방콕 등 회사에서 일하면서 많이 들어봤지만 가보지 못한 도시들의 이름을 보고 있자니 왜 진작 더 많이 여행을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후회가 들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서 가족들과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든 맘 편하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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