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GS가 흥국과의 챔프전 3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코보컵,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면서 다사다난했던 2020-21 V리그 여자부가 종료되었다.

3차전은 지난 1,2차전과는 달리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2차전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플레이오프 때 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던 흥국이 인천에서 치뤄진 챔프전 3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서브는 더 날카로웠고, GS 공격수 3명의 공격 타이밍에 맞춘 유효블로킹과 더 정교해진 수비 포메이션으로 낮은 높이를 상쇄했다. 김연경의 짐은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블로킹과 공격에서 나눠 맡았다. 그 결과 지난 두 경기처럼 세트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1세트 18대18, 2세트 17대17로 세트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고작 하루의 휴식 밖에 없었는데 GS에 대해서 분석하고 대비를 해낸 흥국 선수들의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다만 세트 후반 흥국에서는 수비 성공 이후 2단 연결이 부정확하거나 브루나 쪽에서 공격범실이 나오면서 득점을 내지 못했던 반면, GS는 이소영 선수가 수비에서 중심을 잡았고 러츠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격으로 점수를 내면서 세트스코어 2대 0을 만들었다.

GS의 아포짓으로서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며 팀승리를 만들어 낸 러츠 선수(출처:스포츠조선)


그런데 3세트에 흥국 이한비 선수가 김미연 선수 대신 주전으로 기용되어 리시브와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GS는 이소영 선수가 몸이 좋지 않아 빠지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흥국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기적처럼 3,4세트를 모두 흥국이 잡으면서 세트스코어는 2대2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4세트 막판 강소휘 선수마저 발목부상으로 빠지면서 무실세트 우승을 하는가 했던 GS는 이제 3차전을 내줄 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

3,4세트 흥국의 승리 요인은 이한비 선수였다.( 출처:연합뉴스)
4세트 강소휘 선수가 발목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에 몰린 GS칼텍스. 3차전을 내주었다면 4차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출처: 마이데일리)


GS는 이소영 선수를 다시 경기에 투입하고, 강소휘 선수 대신 유서연 선수를 5세트 스타팅으로 출전시켰다. 그런데 강소휘 선수 대신 들어간 유서연 선수가 세트 초반 연속득점을 올리면서 4대0의 일방적인 우세를 가져가게 된다. 아마도 흥국 선수들은 강소휘 선수에 대한 블로킹 타이밍과 수비포메이션은 몸에 익숙했지만, 유서연 선수에 대한 대응까지는 미처 준비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시즌을 치르면서는 유서연 선수를 상대해봤겠지만 흥국의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새롭게 나타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유서연이라는 조커가 제대로 통했던 것이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GS 선수들이 "우리팀은 백업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라고 했던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3,4세트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한비 선수가 파이널 세트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리시브와 공격에서 흔들렸다. 5세트에는 다시 김미연 선수가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문외한의 근거없는 결과론일 뿐이다. 결국 GS는 5세트 초반부터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15점을 선취, 3대2로 3차전마저 승리하며 여자배구 최초 트레블(코보컵,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근데 이 트레블이란 단어를 원래 썼었나?)

챔프전 3차전 5세트 승리의 주역이 된 유서연 선수. 시즌을 치르는 동안 백업멤버로서 팀의 구멍을 막는 제1옵션이었다.(출처:스포츠조선)


GS는 시즌을 치르면서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자원들이 제 몫을 해내며 명실공히 2020-21시즌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에어컨리그에서 많은 주축선수들이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과연 이 선수들을 얼마나 지킬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2020-21 챔프전 MVP로 선정된 러츠와 이소영 선수. 두 선수가 있었기에 어려웠던 3차전도 승리할 수 있었다.(출처:마이데일리)


반면 흥국은 정말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5라운드에 외국인선수 포함 주전선수가 4명이 바뀌면서 경기에 별로 나선 적이 없었던 백업 선수들로 팀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손발이 맞지 않아 졸전과 패배를 반복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아무리 김연경이 있다지만 광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연경 선수와 박미희 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흥국생명은 봄배구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중압감과 제력 소모가 큰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면서도 흥국의 젊은 선수들은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한 경기도 못 이겼지만,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흥국이 매경기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는지 알 것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을 빠르게 팀으로 뭉치게 한데는 김연경 선수의 역할이 컸다. 한 시즌 동안 국내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배구팬으로서 정말 좋았다.(출처:스포티비뉴스)


다만 흥국의 다음 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다영/이재영 선수가 없는 가운데, 이 팀의 중심 역할을 한 김연경 선수도 내년 거취가 불투명하다. 박미희 감독도 인터뷰를 보면 올해 고생이 너무 심했어서 이제 쉬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시즌 성적 2위로 마감해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제7구단이 창단하면 신인선수 수급도 어려울 것이다. 올해 봄배구를 경험한 선수들의 자산을 잘 이어가면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여자부 경기는 끝이 났다. 이제 다음 달 시작하는 남자부 경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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