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월드리그.
각종 부상 등의 문제로 가용한 선수들이 많지 않아 열악한 상황에서도
작년의 "12전 전패 후 예선라운드"의 치욕을 떨쳐내며
이탈리아/쿠바/프랑스를 상대로 3승3패 조2위의 성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박기원 감독님 이하 우리 대표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이거 교장선생님 같은 문장이네요 -_-;;;;)
아직 강한 서브와 체력적인 면에서 부족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 본선 진출이며, 이 팀은 3주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월드리그를 보면서 들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좀 써보려 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쓰는 글이라 무지하고 많이 모자라지만,
지난 시즌 종료후에 쓰려고 생각했던 것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한번 늘어놓겠습니다.
1. 열악한 인프라
일단 열악한 배구 인프라가 심히 걱정됩니다.
물론 야구같이 인기있는 스포츠도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합니다만
배구는 뭐 팀의 규모 이런 걸 떠나서 현재의 수준도 아직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구에서 전력분석관이란 게 생긴지도 몇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박기원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놀랐던 게, 우리나라에 맞는 체력프로그램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관련기사:[최정식의 인물탐험] 박기원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더군요.
대표팀이 이 정도인데 다른 팀들은 오죽하겠습니까(삼성 제외)?
국대 전력분석관도 화면에 언뜻언뜻 비쳐지기로는 김달호 LIG 전력분석관이더군요.
박기원 감독님의 인맥으로 잠깐 섭외를 한 것인지 전담으로 옮기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표팀의 전력 강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비롯해서 전력분석관, 체력전담트레이너 그리고 심리치료사 등 제가 알지 못하는 것들까지!! 배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지도자를 키우자!!
작년과 올해 월드리그 성적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감독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교체험을 위해서 아래 링크한 두 기사를 읽어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관련기사:신치용 감독, '맞춤형 배구'로 아시안게임 金 노린다)
(관련기사:확 달라진 男배구, '우물안 개구리' 벗어났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빠른 배구를 한다지만, 이들이 소속팀으로 가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프로리그에서만 봐도 느리고 높은 용병이 때리기 좋은 토스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소속팀에서 빠른 배구를 하지 못하면 현재 대표팀의 전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빠른 배구를 하지 않으면 제2의 한선수/신영석/전광인은 나올 수 없을 겁니다.
이는 전적으로 지도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팀을 끌고 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신진식 홍익대 감독님이 호주로 유학을 가기 이전에는
선수들이 은퇴 후 해외에 지도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국리그에 지도자들을 보내서 세계배구의 흐름을 읽게 하고
배울점은 확실히 배워와서 우리나라 배구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3. 드래프트 파동, 재발하지 않을까?
이번 월드리그에서 전광인,최홍석 선수는 깜짝스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득점순위에서 전광인 선수는 3위, 최홍석 선수는 15위에 랭크되어 있죠.(링크:FIVB 홈페이지)
프로팀들은 아마 이 선수들이 프로에 오기만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기량이라면 외국리그의 어느 팀에서도 영입하고 싶어할 지도 모릅니다.
자, 만약 해외 유명리그의 팀에서 이들에게 계약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V리그를 선택할까요, 아니면 외국으로 진출할까요?
여기에서 떠오르는 게 바로 이경수-문성민으로 이어지는 드래프트 파동입니다.
국가대표로 활약이 뛰어났던 이경수 선수는 대학 졸업시 외국리그도 고려하다가(제 기억이 맞다면) 결국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LIG와 자유계약을 해버렸습니다. 배구협회는 여기에 반발, 1년 8개월 자격정지를 당했고, 한참을 쉰 뒤에야 코트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기사:원하는 팀서 뛰고 싶은게 죄인가요?)
잘 몰랐는데 찾다보니 박철우 선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도 관련 기사가 있더군요.
이 기사를 보면 박철우 선수는 고교 졸업 후 자기가 가고 싶은 팀에 많은 돈을 받고 갈 수 있었으니, 이경수 선수가 억울해한 것도 이해할 만 합니다.
(관련기사:박철우.김민지, 스카우트 전쟁 점화)
문성민선수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외국리그로 나갔다가 돌아온 사례입니다.
그러나 드래프트를 거부했다는 사실은 이경수 선수와 다르지 않은데 KOVO의 대응은 그 때와 사뭇 달랐습니다. 규정에 나와있음에도 불구 제대로 된 규정적용을 하지 않은 이상한 처벌. 거기에 보너스로 해외 진출 선수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해외에서 2시즌이나 뛴 선수가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까지...시즌 내내 갈팡질팡하는 KOVO의 모습은 리그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배구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관련기사:문성민 '자의반 타의반' 신인왕 포기, 그 씁쓸한 뒷맛)
자 이제 다시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봅시다. 제의를 받은 선수들은 어떻게 할까요? 바로 앞의 선배의 경우처럼 고생 좀 하다가 우리나라에 돌아올 때는 많은 돈을 받으면서 뛰고 싶은 팀에서 뛸수도 있는 해외진출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규정에 정해진대로 드래프트에 참가할까요?
선수 개인의 선택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규정적용 없이 구단에 끌려다니며 임시방편으로만 일관한 KOVO의 잘못도 큽니다.
당장의 흥행에만 목매지 말고 멀리보는 혜안으로 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KOVO가 되길 진정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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