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비시즌에 뉴스가 거의 없다시피한데, 올해는 유독 뉴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대표팀과 배구협회를 둘러싼 잡음이 많이 나오는데요, 관련 뉴스를 보면서 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국가대표 차출 갈등

컵대회가 끝나자 마자 9월 4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전을 위한 대표팀 소집을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던 여오현 선수를 선수와의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차출했고, 이를 구단과 선수측이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이죠.

사실 1차적인 원인은 월드리그에서 이강주 선수나 부용찬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가 컵대회에서 여오현 선수가 보여준 그것에 많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강주 선수 입장에서는 시즌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소집이 되었고, 작년부터 미뤄왔던 결혼 준비도 해야 했으니, 아마 쉴 틈도 없었을 것이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을 테니 이런 지적이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건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차출을 거부한 구단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여오현 선수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바 있고, 문성민 선수가 대표팀 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나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니까요. 여오현 선수마저 부상당해서 돌아온다면 현대캐피탈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큰일이죠.

국가대표 은퇴선언을 했던 선수를 다시 부르는 것은 다른 종목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당장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김주성 선수가 그렇지요. 동부에 새로 부임한 이충희 감독 입장에서는 김주성 선수 차출 안 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김주성 선수는 지금 필리핀에서 매 경기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은퇴한다고 했는데 이제 그만 놓아주자, 본인은 은퇴 의지가 없었는데 구단에서 은퇴하라고 한 것 같다 등의 이야기는 필요없어 보입니다. 그 선수가 꼭 필요하다면 감독으로서는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문제는 국가대표 은튀를 선언했던 선수를 다시 불러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사전에 본인 및 구단과 협회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를 했느냐, 그리고 대표팀에 선수를 보내면 망가져서 온다는 편견(?)을 깰 수 있을 만큼의 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느냐 역시 문제가 아닐까요?

 

2. 외국인선수 영입 확인 도장 1번에 3천만원?

또 다른 하나의 논란 거리인 ITC 발급 비용 문제를 보면서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대표팀 지원 부족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아니면 이자를 낼 돈이 없어서인지 협회가 이상한 수를 내놓았습니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필요한 ITC를 구단에 전달하는데 1명당 3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한 것입니다.

해명이라고 내놓은 말도 괴상합니다. "외국인선수를 들여와서 몰빵배구를 하니, 대표팀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돈을 걷어서 대표팀을 지원하겠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설사 외국인선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나 청사진에 대한 고민과 공감없는 일방적인 통보에 프로구단들이 수긍할 리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조치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그 동안 협회가 보였던 이상한 행보 때문입니다.

위 링크한 기사에 보면 협회는 그 동안 각 구단으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아왔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런던올림픽 때에도 농협이 준 지원금의 대부분을 대표팀 출범식에 소진하고

정작 여자배구 대표팀에게는 그 중의 극히 일부만을 지원한 것을 보면, 배구협회에 저 돈을 준다 한들 제대로 쓸 리 만무합니다.

기사에도 나와 있듯 현재 대한배구협회 운영비 적자의 가장 큰 원흉은 건물 매입을 위한 무리한 대출인데,

그에 대한 조치나 자구 노력없이 프로구단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자세는 어이없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우면 씀씀이를 중려야 하고, 필요하면 불필요한 건 팔기도 해야 합니다. 배구협회 살림이 건물 때문에 어려워진 거라면 건물을 팔아서 이자를 갚아야 하지 않나 싶네요.

 

3. 대한배구협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

대한배구협회는 아마추어 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우리나라 배구의 발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협회입니다. 현재의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프로리그를 줄이고 준비기간을 늘려서 선수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배구협회와 KOVO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만 봐서는 기대할 것 하나 없는 아주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선수들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선수들은 몇 년간 프로리그-월드리그-컵대회-국제대회-프로리그-월드리그.....를 치르느라 쉴 팀이 없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 남에게 돈 내놓으라고 몽니를 부리기 전에 본인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KOVO와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해서 최소한 KOVO와 국가대표 선수들 몸 추스리고 조직력 훈련할 수 있는 시간 정도는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틸 선수들의 건강과 사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요,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선전하고 있는 남자 농구대표팀에게 자극을 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덧) 9월에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예선과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가 있습니다.(뭔 대회가 이리 많나요?)

내년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9월에 있을 이 경기 두 경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관심이 가는데, 발표된 엔트리를 보면 컨셉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열심히 해서 우승하겠다는 것인지, 다른 나라 전력이 어떤지 간을 보겠다는 것인지....이도저도 아닌 엔트리....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또 다시 애꿎은 선수들만 고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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