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블로그를 쓰네요.

좀 늦었지만 김연경 선수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2년 여의 기간 동안 계속되어 왔던 김연경 선수와 흥국생명과의 갈등 문제가 FIVB의 의외의 결정으로 인해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FIVB의 결정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2013~2014시즌 김연경의 원 소속구단은 흥국생명이다. 
2. 페네르바체가 김연경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 액수는 22만8750유로 이상을 넘지 못한다. 대신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터키행을 막거나 제한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3. 김연경이 2013~2014시즌 이후 흥국생명과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다음 시즌은 원 소속구단이 없어진다.

(출처:[단독] FIVB ‘김연경 흥국생명 소속으로 터키 가라’ 결정)

 

결론적으로 김연경 선수는 페네르바체에서 3억원 정도의 이적료를 지불하면 페네르바체와 완전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흥국생명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관건은 페네르바체에서 이적료를 지급하느냐인데 그 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적료 3억원은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흥국생명측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는 이야기는 하나, 흥국생명과의 계약은 이미 만료가 되었고 작년에 페네르바체와 계약을 맺었던 것을 감안하면 FIVB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입니다.

FIVB의 결정이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미 FIVB에서 김연경과 흥국생명 간의 합의서가 있으니 그대로 하라는 결론을 낸 바 있었고,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 결과를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김연경 선수가 배구코트 대신 법정에 서는 일은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면에서 FIVB의 새로운 결정은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 김연경 선수 문제의 핵심은 "계약기간 종료 후의 선수의 신분이 무엇인가"였습니다. 현 KOVO 규정에 의하면 국내 FA 자격을 획득하지는 못하였으나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의 신분에 대해서는 규정되어 있는 바가 없지만, 관행적으로 선수에 대한 소유권을 구단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연경 선수는 FA자격을 갖추지 못한 계약만료 선수의 신분이었기에 흥국생명은 국내 배구계의 관행을 근거로 김연경 선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은퇴선수의 경우 선수측에서 악용할 소지가 있기에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팀으로 옮기기 위해서 이적동의서를 발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팀의 소속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관행은 문제가 있습니다. 기량이 모자라서 출전기회가 없었다면 굳이 소속팀에 묶어 둘 이유가 없을 것이고, 팀 사정상 같은 포지션에 선수가 많아서 출전기회가 없었다면 그런 선수는 다른 팀에 가서 빛을 봐야 합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 선수에게 투자한 시간과 돈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항변하지만, 투자가 충분했다면 선수들이 재계약으로 보답할 것이므로 겁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연경 선수의 문제로 인해 이 문제가 조명받길 기대했습니다만, FIVB의 극적인 결정으로 인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보입니다. 선수 노조가 생기거나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등의 새로운 계기가 없는 한 말이죠.

 

우연히도 김연경 선수에 대한 FIVB의 결정이 보도된 날 프로배구 여자부의 신인드래프트가 열렸습니다.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은 기쁜 마음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겠지요. 하지만 이 선수들 중 누군가는 현재의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해 피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FIVB의 결정을 계기로 KOVO나 배구협회가 우리나라 배구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구단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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