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프로배구를 미리 볼 수 있다는 2013 안산 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그냥 컵대회 아니었어?)가 

남자부는 현대캐피탈, 여자부는 IBK 기업은행이 우승컵을 차지하며 끝났습니다.

늦었지만 컵대회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남자부]

  현대가 보여준 경기력은 뛰어났습니다.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범실을 남발했지만, 경기를 더할 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대회 MVP에 선정된 송준호 선수의 "자신감"은 다가오는 V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오현 선수의 합류로 현대의 수비가 단단해지고, 그로 인해 팀플레이의 짜임새가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서브리시브나 디그, 2단연결이 꾸준하게 올라오니, 세터의 토스도 전보다 안정되고, 그 덕에 공격수들도 자신있게 공격을 했고, 무엇보다도 수비의 짜임새도 좋아졌습니다.

2013 컵대회 우승의 주역 송준호,여오현 선수[사진출처:OSEN]

V리그에서는 아포짓에 아가메즈가, 레프트에 송준호/임동규/박주형이 중용되겠죠. 라이트의 공격 성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V리그에서는 현대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생각됩니다. 제 생각엔 여오현의 합류/송준호의 발견으로 현대는 문성민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최고의 전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세터인데요, 권영민 선수의 토스는 많이 불안정했고, 최태웅 선수는 체력이 문제입니다. 훗날을 대비하지 않으면 힘겨운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거나 그게 올해가 아니라면 현대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보입니다. 

 

  우리카드는 예선전 모두 풀세트 경기를 했고, 준결승-결승 2일 연속 경기로 안준찬-신으뜸의 체력이 떨어졌던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신으뜸 선수의 합류로 수비가 많이 좋아진 느낌입니다. 다만 세터의 토스가 불안하다는 점, 그리고 신영석 선수의 무릎이 좋지 않다는 점이 V리그에서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드림식스는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뽑느냐, 선수들의 체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그리고 세터의 토스가 안정되느냐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결승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최홍석 선수도 부상에서 회복해서 합류하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문제점은 모기업의 지원 의지 부족이죠. 기사를 보니 아직도 숙소와 훈련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고, 팀명은 아마 그냥 "우리카드"인 모양입니다. 팀명도 없고, 엠블렘도 없고, 그래도 유니폼은 구리게 하나 맞춰주긴 했더라구요. 광고도 넣고 말이죠. 세상에 프로스포츠 팀중에 팀명도 없고, 엠블렘도 없는 팀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래 가지고 외국인선수 계약은 할 수 있으려나요? 오랫동안 고생한 선수들이 이제는 좀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참 쉽지 않네요. 우리카드는 기왕에 배구단 인수했으면 제대로 운영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예전에 쓴 포스팅(우리금융,드림식스 인수 포기 번복 - 원인과 향후 전망은?)처럼 이런 드림식스 팬들의 걱정을 잠재워주시길 바랍니다. 제발.....

 

  여오현이 빠진 자리를 FA로 영입된 이강주 선수가 메워주지 못했고, 무릎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 박철우 선수도 아포짓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정말 삼성과 현대의 경기를 번갈아 보면서 "신치용이 명장이라서가 아니라 여오현,석진욱이 잘해서 삼성이 우승을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레오가 합류하는 V리그에서는 수비력을 끌어올리면서 결승 진출을 노려볼 만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종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작년부터 공격 스피드는 빨라졌지만 수비와 리시브가 흔들렸는데, 이번 컵대회에서도 그 부분이 여전했습니다. 류윤식의 부상 공백을 공재학 선수가 나름 메워주기는 했지만, 리베로인 최부식 선수의 기량이 확실히 지난 시즌말부터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고, 팀의 강점이었던 서브도 약해진 느낌입니다. 선수단 정리도 제대로 안 된 듯 하고...신영철 감독 있던 시절 그대로의 선수교체와 작전....김종민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번 컵대회에서도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 영숙씨의 컴백은 환영하지만, 신영수 선수가 리시브 부담이 생기는 레프트에 가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미지수죠. 

  외국인선수가 어떤 선수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누가 오건 간에 현재 상태로 봐서는 올해 V리그에서는 잘 해봐야 플옵 진출을 다투거나 진출 못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 같습니다.

 

  LIG는 이강원을 미들블로커로 쓰고, KEPCO는 서재덕을 레프트로 쓰겠다고 이야기했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일단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좀 더 지켜보기로....(무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여자부]

  IBK에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우승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KGC의 선전, 도로공사의 몰락 등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이 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역시나 도로공사는 과도기인 걸로....)

  다만 여자부 경기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점은 국가대표로 뽑을 만한 선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김희진 선수나 박정아 선수 다 크게 자라줘야 할 재목인데, 아직까지는 수비나 다른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보이구요....만약 김연경/한송이/양효진 선수 빠지면 메꿀 선수가 없으니 참 걱정스럽네요. 세터도 마땅히 이 선수가 잘한다 싶은 게 안 보이구요...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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