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속한 2013 월드리그 C조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우리나라 경기가 끝났으니 그냥 맘대로 현재까지의 결과를 가지고 2013년 월드리그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많이 모자라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1. 새로운 경기방식

작년까지만 해도 4팀 4개조로 치뤘던 예선경기를 6팀 3개조로 편성하여 참가팀을 18개국으로 늘리고, 상위 랭커부터 A-B-C조에 넣었습니다. A,B조 1~2위, C조 1위와 결선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결선에 진출하는 대신 A조에는 아르헨티나를 넣어 순위에 대한 부담을 덜게 했고, 하위랭커가 모인 C조에서는 5위 이하를 기록하면 내년도 월드리그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실력의 국가들을 배치함으로써 예선전부터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게 이유였는데, 사실은 작년에 월드리그에서 탈락한 일본을 참가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이죠. 올해 일본이 또 탈락했으니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네요.

 

2. 조별 예선 현황

A,B조는 아직 경기가 다 끝나지 않아 본선 진출팀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A조]

죽음의 조인 A조에서 브라질은 일단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각축이 심합니다. 남은 경기가 브라질-미국, 불가리아-폴란드 각 2경기씩인데, 이 경기결과에 따라 결선 진출국이 결정되겠네요. 미국은 세대교체 진행중이라 경기력이 예전만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어쩄든 아마도 작년 우승국인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경기가 A조에서는 데스매치가 될 듯 합니다.

그리고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승점은, 물론 결선에는 올라가기에 부족하지만 눈에 띄네요. 2011년에는 우리가 이기기도 했던 팀인데, 우리가 지금 저 조에 들어가서 15점의 승점을 따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울적해집니다.

하여간 폴란드-불가리아의 경기는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볼 수 있다면 보고 싶네요.

 

[B조]

러시아와 이탈리아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서 열리는 독일-이란의 2경기를 지켜봐야 합니다. 독일은 승수가 적기 때문에(승점 동률시 승수-세트득실률-점수득실률의 순으로 순위 결정) 승점 6점을 따내야만 본선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란도 이탈리아 상대로 1승을 거두기도 한 만큼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과연 독일이 기적같은 월드리그 본선행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전설의 쿠바는 영 예전같은 팀이 아니군요. 예전에는 정말 무서운 팀이었는데, 올해는 이란한테도 두 경기를 내줬습니다. 쿠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자유로워진 영향일까요? 하여간 몰락해가는 왕년의 강호입니다.

B조를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1) 자국리그가 강해야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구나(이탈리아,러시아)

2) 세계배구의 흐름을 잘 쫓아갈 수 있는 의지와 투자가 필요하구나(이란)

3)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몇 위나 할 수 있으려나.....

 

[C조]

캐나다가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월드리그 참가 최초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캐나다는 1992년에 7위를 차지했던 게 최고 성적인데, 올해 결선에 참가한 덕분에 최소 6위를 달성했으니 캐나다로서는 기록적인 2013년이 되겠네요. 일본 덕에 예선 방식이 바뀐데다 마지막 결선 확정 경기도 일본전이었으니, 어쩌면 "고마워요 일본~!!!"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이렇게 쓰고 나니 2009 WBC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이 "고마워요 사또"한 게 떠오르네요 -_-;;;)

우리나라는 전광인 선수가 고군분투하다가 뒤늦게 서재덕 선수가 합류한 덕분에 쌍포의 위력을 앞세워 3위를 기록했으나, 하위랭커들이 속한 C조라는 점과 초반 일본이 헤매고 있을 때 승점 6점을 따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리그 잔류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부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나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죠.

세계 배구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당장 시작되지 않는다면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일본은 내년도 월드리그 예선전을 치뤄야 할 것 같은데, 예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려나요?

 

3. 개인기록

예전에도 우리나라 팀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기록에서는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월드리베로 이호, 월드스타 김세진은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올해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선수 기록을 중심으로 보자면, 한선수 선수의 기록이 단연 눈에 띕니다. 

무려 1등!!! 2위인 핀란드의 에스코 선수 좋은 선수인데, 미코보다 기록이 좋습니다. 연봉 5억의 한선수 선수가 드디어 월드 세터가 된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배갤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조직력이 좋았다고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여하튼 공식 기록은 우리나라 한선수가 1등이네요.

과연 두 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는 3~5위의 선수들이 역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가네요.

공격수 부문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표팀의 에이스인 전광인 선수는 최다득점 6위, 최다공격 2위를 기록하며 에이스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공격시도도 314번으로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 53.18%의 성공률이면 훌륭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기록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선수들 이름 찾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곽승석 선수가 리시브 부문 8위에 이름을 올려놓았구요(도대체 리베로들은 어디로 갔나요), 그 외에는 서브 35위 전광인,48위 서재덕 블로킹 48위 박상하가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좋은 기록입니다. 신영석 선수의 기록이 안 좋은 게 좀 걸리네요. 부상이 있는 건지, 우리카드 사태로 마음이 다친건지....

반면에 이란 선수들은 각 부문 20위 안에는 꼭 들어 있습니다. 이란 배구가 괜히 강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 배구가 가야할 길이 참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아시안 게임에 대한 걱정이 다시 한 번 드네요.

기록을 보다 보니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미국의 캡틴 매튜 앤더슨의 이름은 거의 전 부문에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리베로들도 순위에 없는 디그 부문에 22위로 이름을 올려놨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잘 몰랐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빈이 빠진 캐나다의 공격을 책임졌던 수니아스의 이름도 간간이 보이구요. 그러고보면 현캐는 참 좋은 외국인 선수를 잘 데려온다는 생각이 드네요.(성적이 낮은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4. 종합

앞에서 언급한 대로 월드리그의 조편성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금은 기대했던 올해였는데요, 오히려 하위 랭커들과도 힘겨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배구의 미래가 참 걱정되는 올해 월드리그였습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대로([리뷰] 2013 월드리그 남자배구 감상☜클릭) 프로선수들이 즐비한데, 대학생 막내가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프로리그는 길어서 몸관리 할 시간은 안 주고 계속 굴리기만 하고...그렇다고 협회에서 제대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구요.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지면 인기 식는 것 금방입니다. 특히나 내년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큰 타격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내년 월드리그에도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제발 배구계에서 세계배구를 쫓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서, 가까운 시일 내에 "월드리그 극적 잔류"가 아닌 "월드리그 극적 결선 진출"이라는 기사를 볼 수 있길 기원합니다.

박기원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사진출처: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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