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는 총 6라운드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 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통상 2라운드까지는 서로간의 호흡을 점검하고 안 맞는 부분을 맞줘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팀 감독들은 "초반에 버텨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시즌 초 '어우흥'이라고 불리면서 독보적인 승률을 쌓았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 시작부터 외국인선수 포함, 주전 6명 중 3명이 교체되었다. 아무리 김연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데다 서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이 경기에 나선 흥국 선수들은 졸전을 거듭했다. 더군다나 미들블로커 김세영 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당하고 만다. 5라운드부터 거둔 2승 8패의 성적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었다. 김연경 선수도 힘을 내지 못했다. 이전에 쌓아둔 승점 덕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지만, 플레이오프 전망은 어두웠다. IBK 김우재 감독은 3위가 확정된 후 인터뷰에서 "(플레이오프에서) 어느 팀을 원하는지는 여러분(기자)들도 잘 아실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디스?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흥국의 입장에서 플레이오프는 새로운 라인업으로 맞이하는 3라운드였다. 선수들 간에 호흡이 맞아 들어갈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IB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흥국은 이전 경기들보다 팀으로 잘 조직되어 있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여러 차례 범실을 했지만 공을 살려내면서 서로의 범실을 만회했고 "괜찮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김연경 선수는 세터의 토스가 여러 차레 잘못 올라와도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해서 김다솔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3~4세트에 선보인 왼손 공격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브루나 선수가 경기 내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가장 중요했던 1세트를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고, 경기 중 중요한 시점에서 득점을 만들어 내면서 정규리그보다는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흥국생명 선수들의 서브가 날카롭게 상대 코트를 파고 들었다. 특히 김채연 선수의 네트를 넘자마자 똑 떨어지는 서브는 IBK의 리시브진을 경기 내내 괴롭혔고, IBK가 상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들블로커들이 공격에서 제 활약을 못하게 만들었다. 박미희 감독 이하 코치진과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반면 IBK는 모든 것이 안 되었다. 흥국의 강한 서브에 윙스파이커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리시브 효율 17.98%). 표승주 선수가 흔들리면서 IBK는 코트 안에서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가 사라져버렸다. 김연경 선수가 자칫 범실로 무너질 수 있었던 어린 선수들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허리 부상을 당했던 IBK의 주공격수 라자레바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는지 자기 타점에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김우재 감독의 대비가 조금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상대가 표승주 선수를 흔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대안이 육서영 선수라는 1안밖에 없었고(물론 육서영 선수 활약 덕에 2세트를 가져왔지만) 경기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라도 대응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제 하루 쉬고 2차전이다. 과연 IBK가 홈에서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흥국이 1차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서 2차전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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