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진보

저자
홍세화, 엄기호, 심보선, 홍기빈, 서동진 지음
출판사
이음 | 2012-08-0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진보는 어떤 의미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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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난 후. 약간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대하고도 국민들의 표가 새누리당에게 향하며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모양새로 선거가 끝났기 때문이다. 지지하지는 않으나 새누리당의 득표를 막기 위해 내 표를 가져다주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망스러웠고, 지금도 그렇다. 그보다 더 분한 것은 선거때마다 내 표를 던질만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다는 것, 특히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하나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부분의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전의 경험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나마 민주당이 집권한 시절에는 약간 더 나았다고는 하지만, 노조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여전했고, 장애인/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들었다. 

민주당의 계보를 이어 받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보수 스펙트럼에서 엄밀히 따져볼 때 보수정당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정당으로 불리는 현재의 상황은 곧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없다는 뜻이다. 내가 매번 선거때마다 고민하는 부분이다. 왜 내가 기꺼이 표를 던질 수 있는 진보정당은 이 땅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어 제론토크라시 조짐마저 보이는 우리사회에서 진보정당의 성공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최근 몇 년간의 선거 경험 및 세월호 참사라는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진보세력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엮인 책이지만, 진보가 처한 상황과 그에 대란 고민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여러 저자들이 정치/사회 여러 측면에서 진보에 대한 고찰을 한 글을 묶어 만들어낸 책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상훈씨의 진보세력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질타였다. 거리로 뛰쳐나올 게 아니라 정치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싸움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물론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집권세력과 종편/공중파로 대표되는 모든 언로가 장악된 현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도 제대로 정치꾼같은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이번 지방선거에 들어가기 전, 여러 정당과 후보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새누리당의 공약이 보기 편하고 실행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보정당의 공약은 공허하고 현실이 아닌 이상만을 이야기한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나는 찾아서 공부를 하겠다고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공약집을 다운 받아서 보기도 했으나, 여러 진보정당의 공약집은 홈페이지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고, 지역별 공약도 보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다. 진보의 순수한 의지와 초심을 지키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표를 구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세력화의 길이 아닐까. 

그나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기회를 잡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보여줄 정책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과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을 틈틈히 읽어보고자 한다. 그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긴 하지만, 매번 선거때마다 절망하는 일은 이제 그만 반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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