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0-1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것이야말로 오쿠다 히데오의 집대성” 폭발하는 스토리, 스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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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는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지라,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빌릴까 서성거리다 2011년에 읽었던 "올림픽의 몸값"을 문득 떠올리고,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죽 둘러보다 집어 들게 된 책.

("올림픽의 몸값"이 궁금하신 분은 본 블로그의 리뷰를 여기☜에서 확인하시길...ㅎㅎ)


  사회로부터 여러 방면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복지과 공무원, 일터에서는 소매치기를 잡느라 바쁘고 집에서는 아픈 노모의 부양문제로 골치를 썩는 40대 후반의 여성 대형마트 보안요원, 유메노시를 벗어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의 대학생활을 목표로 공부에 열중하는 고3 여학생, 누전 점검을 한다는 핑계를 대고 비싼 값에 누전차단기를 판매하는 조폭 출신의 젊은 판매원, 그리고 유메노 시를 벗어나 현의원 진출을 노리는 부패한 정치인. 이 5명의 주인공이 세 개의 군을 통합하여 생긴 꿈의 도시 "유메노 시"에서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지만, 언젠가 유메노시를 벗어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이 5명을 통해 현대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꼬집어 냅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유메노라는 지역이 있어서 실제 이 지역을 모티브로 한 것인가 생각했는데, 일본어로 "유메"가 꿈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매춘, 도촬, 사이비종교, 조직폭력, 물질만능주의, 노동가치의 하락, 파친코, 살인,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회보호대상자 제도, 정경유착,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가는 정치인, 젊은이들의 대도시 진출로 인해 노인들만 남은 지방 도시. 대형마트에 죽어버린 지역상권, 온라인게임에 빠져 현실세계에서 도피하려 하는 은둔형 외톨이까지(그러고 보면 고등학교때까지는 나름 공부를 잘 했다고 기억이 되는 이 은둔형 외톨이가 유메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고3 여학생을 납치하는 설정은 일부러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은...)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에 현대 일본 사회의 거의 모든 사회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은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사회 구조를 바꿀 능력이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자기 보전에만 급급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이 소설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는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암울함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혼란스러웟던 것은 결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였습니다. 교통사고로 모든 주인공이 한 자리에 모여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이후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알고 보니 지금의 문제는 별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이 있기에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뒤에 그래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다라는 것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시의원은 자기 보전을 위해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는데, 그는 여기에까지 와서 멈출 수는 없으며 그가 달려가는 도시의 풍경이 회색 빛이라는 묘사로 끝나는 결말을 "상황이 이 지경이지만 희망은 없다"라고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그러고보면 "올림픽의 몸값"도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현실세계와 다를 바 없고 해결 방법 또한 보이지 않기에 막막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소설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면 다른 분들의 반응 역시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아닌 듯 하구요(아무래도 결말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아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볼만하지 않은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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