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지음 /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 2014.07.30 (출처:다음 책 검색)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를 업고 안고 달래고 같이 놀아주어야 하니 몸이 힘들고, 힘이 드니 소위 당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십상. 

그럴 때마다 마이쭈 하나, 과자 한 조각 또는 믹스커피라도 한 잔 마셔서 당을 보충한다.


그런데 "헬조선"에서 아이를 키우자니 마음은 더 힘들다. 나같은 경우엔 뉴스를 볼 때 특히 그렇다. 

세상에는 정말 문제가 많다. 그런데 뉴스에서 그 많은 것들을 다루는데도 세상은 바뀔 줄을 모른다.

이 나라 어디에선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받은 영혼을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점점 늘어만 가고,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빈부격차도 점점 커져서 중산층은 이미 붕괴된 지 오래.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데, 외벌이를 하게 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경제는 언제나 어려워서 국민들이 낸 세금이 몇 조씩 투입되었다는데,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내 월급은 언제 오르는지 알 수가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정치인은 제 밥그릇 싸움만 해대고 앉아 있으니, 무엇도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미래가 없어 보이는 이 나라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도, 그렇다고 "헬조선"을 바꿀 수도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1분에도 몇 개씩의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뉴스가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쓸모가 있기는 한 것인가.

"뉴스의 시대"에서 알랭 드 보통은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별 뉴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렇다면 뉴스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사건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무의식중에 가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뉴스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권력은 종종 이 사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이용해왔다.

악어 입 속을 청소하고 있는 악어새를, 뉴스는 악어보다 크게 만들기도 하고, 꽁꽁 숨겨 보여주지 않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악어가 악어새를 유인해서 잡아 먹는다고 잘못 말하기도 했다.

지난 번 필리버스터를 생각해보자. 

SNS에서는 "국회의원의 재발견"이 이루어졌다며 사람들이 정치인에 환호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의원은 맨날 밥그릇 싸움만 하느라고 일은 하나도 안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국회에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몇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고, 몸싸움이 아닌 토론으로 싸우는 국회의원 다운 국회의원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종편에서는 "기저귀를 차고 나오셨냐"는 조롱섞인 논평만을 쏟아냈다.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보지 않고 종편의 뉴스만 본 사람들에게 SNS 사용자들이 열광했던 국회의원의 모습은 전달되지 않았다. 그저 "누가 얼마나 떠들었다더라" 정도의 기록 경쟁만이, 그리고 반대를 통해 밥그릇을 잃지 않으려는, 일관되게 정부의 올바른 일을 막아서는 기존의 야당 정치인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진대, 뉴스가 진실과 팩트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편집된 그럴싸한 글귀에 불과한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헬조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나는 "언론"과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언론은 어쩌면 국회의원 한 사람, 대통령 한 사람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뉴스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종편과 공중파 뉴스는 우리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많은 언론사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트래픽을 늘려 광고 수익을 받아야 겨우 연명할 수 있는 통에,

대로 된 심층기사를 쓰기보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양의 기사를 만들어내는 어뷰징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언론인이 지성인으로 불리던 시대는 가고 "기레기"만 득실대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직 그들의 펜 또는 키보드의 힘은 막강하다. 여전히 뉴스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생각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와 제도, 문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뉴스의 힘이다.


나는 뉴스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헬조선"은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뉴스 소비자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뉴스를 맹신하기보다는 한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 수 있도록 언론사와 기자들을 감시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종종 내뿜는 파괴력이 무엇인지, 왜 공중파의 탐사취재 기능이 언젠가부터 약해졌는지 

우리는 한번쯤 궁금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

뉴스 생산자들도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방향으로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의 시대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최민우역
출판 : 문학동네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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