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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20112 항공-켑코

match-one 2012. 8. 16. 11:49

경기 리뷰 같은 거 안 쓰려고 했는데, 어제 롤러코스터 경기를 보고 나니 안 쓸 수가 없는 리뷰 -_-;;;; 

 

켑코는 워낙 허리가 그닥 좋지 않았던 임시형 선수가 발목까지 안 좋아지면서 결장했다. 이는 곧 "서브리시브의 약화"를 뜻하고 동시에 "김상기 세터가 제 플레이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김상기 세터는 2세트 중반 최일규 세터로 교체.

켑코의 약점 중 하나는 김상기 세터를 대체할만한 선수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최일규 세터가 올스타전에 뽑히기는 했으나 3라운드까지 7경기만 교체출전한 백업 세터에 불과하다.

우려대로 최일규 세터와 공격수들간의 호흡은 최악이었다. 안젤코가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비춰질 정도로 최일규 세터는 공격수들이 공격을 하기에 어려운 토스를 올려댔다. 적어도 3세트 후반까지는...

토스의 질 뿐만 아니라 토스의 분배도 썩 좋지 못했다. 공격점유율이 안젤코 46.27%, 서재덕 14.18%, 이기범 13.43%.....더 좋은 경기를 하려면 서재덕의 비중을 더 높여야 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하경민의 공격 점유율도 너무 낮았다. 또한 주전-백업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서로간의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아 어이없는 팀범실을 여러차례 저지르고 말았다. 

3세트 16대20으로 끌려갈 때만 해도 신춘삼 감독은 내심 어제 경기 반쯤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3세트 후반 안젤코의 서브가 폭발하고 최일규 세터가 안젤코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3세트를 역전승. 그 기세를 몰아 경기틑 풀세트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5세트도 13대10으로 이기고 있었으니, 거의 이긴 거나 다름없었는데 켑코로서는 아쉽게 되었지만, 어쨌든 0대3으로 끝날 경기를 풀세트까지 끌고 갔으니 감독 입장에서야 아쉬울 게 없다. 최일규 선수가 극악의 공격 분배를 선보였지만, 적어도 안젤코가 공격하기 좋은 토스를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원래 라이트 포지션인 이기범 선수가 레프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가용 자원이 늘어났으니 어느 정도의 소득은 얻은 셈이다.

※ 경기 후 인터뷰 - 신춘삼 감독 "패했지만 굉장히 좋은 경기 했다" <-클릭  

항공에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4세트. 3세트 역전 당한 건 안젤코의 괴력이 폭발했기 때문에 졌다고 치고....3대0으로 끝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한세트를 내주었다면 4세트에는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집중력을 높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3대0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2대3으로 패할 뻔했다.

4세트에서 승기를 내어 준 중요한 포인트는 10대8에서 연속 3득점을 허용하면서 5점차까지 벌어진 부분. 최일규 선수의 플로터 서브를 곽승석/류윤식 선수가 어이없이 리시브하면서(서브리시브를 세터 머리위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누군가가 공중으로 띄울 수 있게는 해줘야 할 거 아니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안 받아봐서 모르겠지만 곽승석/류윤식 선수 정도라면 그렇게 리시브를 못할 정도로 강한 서브는 아니었다고 본다. 집중력이 결여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3대0으로 경기가 금방 끝나기 직전이 되어 선수들이 자만에 빠졌다고 까지는 하지 않겠다. 그건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하지만 항공은 집중력이 한번 흐트러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 올스타전 브레이크 같이 일주일 이상 쉬고 나면 경기 감각이나 경기 집중력이 너무 떨어진다. 이 문제점은 작년 챔프전에서도 드러났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삼성화재였더라도 저랬을까? 

올스타전 앞뒤로 선수들 인터뷰에서 통합우승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여러 매체를 통해 봤다. 하지만 현재의 1위와의 승점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진정으로 통합우승을 이야기하려면 어제같은 경기를 다시는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경기 후 인터뷰 - 신영철 감독 "부상과 교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