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독서감상문.
2021년 첫 날에 완독했으나, 사실 연말에 몸도 아팠고, 게으름도 늘어나서 몇 달 동안 띄엄띄엄 어렵게 읽어 해를 넘겨버렸다.

우리나라 기독교 조직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건 전광훈과 코로나 때문이었다.
전광훈을 이단이라고 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저 사람은 목사인 건가? 왜 기독교 단체들은 전광훈에게서 목사라는 타이틀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가? 코로나 시국에서 천주교/불교는 정부의 방역 수칙에 일사분란한 협조가 가능한데, 기독교는 왜 자신들이 이단이라고 비판했던 신천지보다도 협조를 못 하고 코로나의 숙주 노릇을 하고 있는 건가?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독교가 지나온 길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무렵,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2015년 좋은 언론인과 기독교인을 꿈꾸었던 곽영신님이 쓰신 책으로, 우리나라 기독교 조직이 서로 갈라지게 된 과정을 간단히 서술하고, 각 조직이 지나온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구술한 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비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섬기기 위해서 만든 곳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교회와 그 교회가 속한 단체를 운영하는 목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돈과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진흙탕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대형교회는 많은 돈을 기반으로 해서 교회뿐만 아니라 거기에 딸린 부수적인 조직이 매우 많았고, 심지어는 언론사까지 소유한 경우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말로는 도덕과 이상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런 종교가 세상에 무슨 소용인가 싶고, 신천지와 구원파를 이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너희들은 그들과 무엇이 얼마나 다르냐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대형교회들이 우리나라 기독교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 소개된 우리 교회 고쳐쓰기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첫번째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0회 부산 총회인데, 나는 WCC라는 게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예수천국불신지옥"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입장/가치관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인간 보편의 가치관을 추구하며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기독교 조직과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의 활동은 주목할 만 하다.

우리나라 기독교에 대해서 전반적인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애초에 내가 가진 의문점 중에서 전광훈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는데....이건 기회가 닿는 대로 다른 책을 읽어 볼 예정이다. 또한 이 책을 펴낸 "오월의봄"에서 나온 책들 중에 흥미로운 책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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