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저자
정비석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03-0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손자의 병학兵學을 실전에 응용하여 쓴 소설《초한지》는 역발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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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를 언젠가 한번 꼭 읽어봐야 겠다라고 다짐했던 것은 작년 SBS에서 방송했던 "샐러리맨 초한지" 덕분이었습니다. 그 드라마를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보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어릴 때 삼국지는 열 번 넘게 읽었는데, 초한지는 읽어 본 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걸 읽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이문열 씨의 초한지는 10권이고 별로 내키지 않아서 정비석님의 버전으로 읽기로 했습니다.

 

정비석님은 예전 분입니다. 이 5권의 책도 1987년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책으로 엮은 것인 듯 하더군요. 원래는 고려원에서 출판되었으나, 범우사에서 2003년 새로 찍어냈습니다.

저는 초한지라고 해서 초나라와 한나라의 이야기인가보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중국에서는 "초한지"라고 하면 모른다네요. 우리나라에서만 "초한지"로 따로 부르고 있고, 아마 원래 내용은 "사기"에 들어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지금껏 사기랑 초한지를 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여하튼, 정비석의 초한지는 진나라를 시작으로 왜 중국이 육국으로 나뉘었는지, 그리고 천하의 명장 항우와 덕으로 장량,소하,한신 등 여러 뛰어난 장수들을 잘 이용했던 장지장(將之將) 유방이 천하를 다투는 과정, 그리고 북쪽의 오랑캐와 내부 권력다툼으로 편하지 못했던 통일 후 초기 한나라의 모습까지를 다룹니다.

 

예전 영사기로 무성영화를 보며 변사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이 소설을 읽으려고 신문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하루가 너무 길지 않았을까요?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습니다. 항우와 유방 양자대결이고, 수호지만큼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각 장면별로 분량과 이야기 전개 속도가 적절합니다. 가끔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다만 덕으로서 부하들의 충심을 얻었던 유방이 전국통일 이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신,팽월,영포 등의 개국공신을 내쳐 버리는 모습이나, 척비와 제왕에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여태후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무섭고 잔인합니다. 그러고보면 앞서 언급한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여치가 욕설을 날리던 것은 약과네요.

 

어쨌든 초한지를 읽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문열님의 작품도 좋지만, 할아버지한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정비석님이 쓰신 것으로 읽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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