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정으로 올 시즌에는 예전처럼 배구도 보지 못하고, 책도 읽지 못하고 있네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남겨봅니다.


■ 남자부 중간결산

1. 배구는 결국 삼성화재가 우승하는 종목이야?

  1월말까지만 해도 남자부는 이 문장 하나면 정리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박철우의 군입대와 김명진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레오의 빠르고 타점 높은 공격을 타팀들이 막지 

못하면서 삼성화재가 많은 격차로 앞서 나갔고, 현재까지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삼성화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레오의 공격이 워낙 빠르고 타점이 높아서 막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다른 팀의 외국인선수들이 레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블로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레오의 몸상태를 최상으로 관리하고 있는, 국가대표팀 시설보다 좋다는 삼성 STC의 존재입니다. 이는 올해 들어 컨디션 저하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산체스(대한항공),에드가(LIG 손해보험) 등 2년차 외국인선수들의 몸상태와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 공격점유율 61.49%/세트당 15.4회의 많은 공격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통산 56.85%라는 높은 공격 성공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1] 2014~15 V리그 삼성화재 공격 기록 [출처:KOVO 홈페이지]


  셋째는 전력분석에 따른 상대 맞춤형 수비 포메이션 완성입니다. 현역에서 상황마다 상대의 전략과 습관(전문용어?로 쿠세)을 간파해내던 석진욱 선수(현 OK저축은행 코치)와 엄청난 디그로 수비를 이끌던 여오현 리베로가 팀에서 이탈한 이후 삼성화재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공백이 무색한 이유는 바로 전력분석관의 능력으로 보아야 합니다. 물론 상대 공격을 받아낸 이후에 미친 듯한 2단 연결이 있지 않고서는 레오의 타점 높고 빠른 공격은 존재할 수 없겠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있기에 삼성은 1월까지만 해도 조금은 여유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풀세트 경기를 하면서 승점에서 손해를 보는 사이, 2위 OK저축은행이 무섭게 승점을 쌓으면서, 2월 10일 대전에서 열리는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정규리그 우승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물론 승점에서 앞서고 있고 홈 이점을 안게 될 삼성화재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OK 저축은행이 승점 3점을 획득하게 된다면, 선두싸움은 안개속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 달까지만해도 우승 생각없다라고 이야기하던 김세진 감독이 최근 우승 경쟁을 끝까지 해보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마 이런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2년차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감안할 때, OK저축은행의 우승 도전은 어쩌면 올해가 적기인지도 모릅니다. 2010~11 시즌의 대한항공이 그랬듯이 말이죠.

  OK저축은행의 강점은 서브와 시몬의 블로킹입니다. 강한 서브는 삼성의 공격을 레오에게 집중시킬 수 있고, 쿠바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시몬의 블로킹은 레오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삼성의 홈인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이 중요한 경기의 무게감을 이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성화재가 정규리그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챔피언십의 향방을 결정지을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레오는 이번 시즌 많은 공격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공격점유율 61.49%/세트당 15.4회는 작년 챔피언결정전에 육박하는 수치(공격점유율 67.91%/세트당 16.8회)입니다. 

STC가 있다고는 하지만, 레오도 인간이기 때문에 체력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성화재가 정규시즌 우승을 한다면 레오에게 좀더 많은 휴식을 줄 수 있고, 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림2] 2014-15 V리그 남자부 공격순위. 

레오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인 공격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상을 당한 산체스의 공격시도 횟수도 눈에 띄네요.(출처:KOVO 홈페이지)


2. 한국전력 프로 첫 3위 등극?

   한국전력은 전광인-쥬리치-서재덕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봄배구를 노리고 있습니다. 국내선수들이 잘 버티고 있는 대한항공과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한항공 산체스가 허리부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세터들이 다소 기복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지라 한전이 좀 더 유리해보입니다.


3. 영웅이 필요해 - LIG 손해보험. 우리카드

   국가대표 폭행코치 이상렬-이경수-김요한이라는 국가대표 공격수 라인을 자랑하던 전통의 LIG손해보험은 이제 만년 약팀으로 자리잡는 듯한 느낌입니다. 최근 몇 년간 세터 부재와 부상으로 시달린 끝에 봄배구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지 오래이고,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사퇴하는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팀 창단 이후 제대로 된 모기업을 만나지 못한 우리카드는 새마을금고와의 인수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면서 이번 시즌 이후 팀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리 만무하죠. 작년까지만 해도 봄배구를 놓고 경쟁하던 팀이 이제는 의욕없는 최하위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LIG 손해보험/우리카드 배구단 두 팀 모두 그야말로 "난세의 영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연 두 팀을 구해줄 영웅이 나타날 수 있을지요.


■ 여자부 중간결산 - 치열한 선두다툼 

  작년 챔피언을 놓고 격돌했던 IBK와 GS칼텍스의 핵심 멤버(외국인선수 빼고)인 이효희-정대영 두 선수를 FA로 영임한 도로공사의 강세는 예상되었던 점입니다. 다만 작년 각종 부상과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던 니콜의 기량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 그런 우려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미국 대표팀에서 "2단 연결 처리는 니콜이 최고"라고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 활약입니다. 또한 하준임 선수의 공백?을 장소연 선수가 메워주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브퀸 문정원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 중의 하나죠.

  강력한 공격의 폴리-이제는 레프트에 적응한 황연주 선수가 버티고 있는 현대건설 또한 전통의 명가 재건의 깃발을 높이 세웠습니다. 

  과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팀은 어느팀일까요? 남은 라운드에서의 맞대결 결과가 제일 중요하겠지만, 매 경기가 중요한 두 팀이 되겠습니다.


이상 다소 뜬금없이 날림으로 결산해 본 2014~15 V리그였습니다.

남은 기간 모든 선수들 부상없이 시즌 마치시고 좋은 결과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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