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네 번째 책]

그 동안 무거운 책들 위주로 읽다 보니 좀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도쿄중앙은행의 한 지점에서 대출을 지급한 지역 호텔에 경영위기가 닥치면서 금융당국이 감사에 착수하고, 본점의 한자와 나오키 차장은 담당이 아님에도 사장의 명령으로 이 건을 담당하게 된다. 호텔에 왜 대출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조사하면서 은행과 호텔 안팎에 얽혀 있는 조직/개인의 이해관계와 음모를 파악하고, 동기들의 도움 끝에 결국 이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한자와 나오키는 자신들의 비위를 감추려는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상사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본인과 같은 처지인 동기들의 도움으로 목적을 달성하고야 만다. 부정한 목적으로 자신에게 칼을 겨눈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고, 우리편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이득은 취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 어떻게 보면 소설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현실의 직장인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떻게 보면 한자와 나오키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두 은행이 합병되어 한 조직이 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지속되는 조직 내 차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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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을 할 때마다 용어의 차이가 발생한다. 신용보증협회의 유보증 대출을 산업중앙은행에서는 '협보'라고 했고, 도쿄제일은행에서는 '신보'라고 했다. 대금징수 어음은 옛 S에서는 '대어'라고 했고, 옛 T에서는 '징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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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덧붙이자면 품의서와 문체도 다르다. 오랫동안 장황한 공무원 말투를 사용하다가 기묘하게 바뀐 산업중앙은행의 문서가 좋은 사례로, 도쿄제일은행의 행원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단어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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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문화의 차이는 아침 8시가 되기 전부터 때로는 마지막 전철을 탈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하는 은행이라는 직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고, 이윽고 메우기 힘든 갈등이 되어 행원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p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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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코로나로 향후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다른 회사와 합병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로 조직문화도 상당히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서 소설이지만 이런 부분들은 머리에 새겨져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특히나 이전 회사 출신이 서로를 멀리하고 적대시까지 하는 것이 남의 얘기로만 남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책은 두껍지만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짧은 시간에 읽기 좋다. 다음에는 한자와나오키 다음 권이나 또는 다른 소설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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