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덟 번째 책]

작년 유퀴즈에 특수청소인으로 저자가 나오신 적이 있는데, 그 때 하신 이야기가 참 인상깊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그 분이 책도 쓰셨다고 들어서 벼르다가 읽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저자의 눈을 통해 동시대를 살면서도 천차만별 다른 각각의 삶과 죽음을 만나게 된다. 자식에게 부담될까 아프다는 말 한 마디를 못해서 삶을 마감하고야 만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유산은 챙겨도 부모님 사진같은 건 챙길 생각이 없던 자식들, 그리고 삶의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사연까지...
자연스레 나는 어떻게 내 삶을 마무리하게 될지, 내가 떠나고 나면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건 특수청소인들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망자의 유품뿐만 아니라 사체나 피까지도 청소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을 하시는 분들께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못 배워서' 또는 '동남아에서 왔으니까' 이런 일이나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고 간접적인 동병상련을 느꼈다. 항공사에 입사하고 처음 공항 카운터에 배치 받은 동기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봐야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선대 회장님의 방침에 따라 입사 직후 다수의 동기들이 공항 카운터에 발령을 받았는데, 후에 그 동기들로부터 손님들이 "(자식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 사람들처럼 된다"고 한다던지, 쌍욕을 하면서 서류를 던진다던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마음에 안 든다고 스테이플러로 찍으려고 위협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도대체 돈 몇 푼 내면 그렇게 사람을 내려다봐도 된다는 천박한 생각은 어디서 유래하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아무튼 금방 읽히면서도 생각은 무겁게 남는 책.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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