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 나의 목표는 승진이 아닌 정년퇴직이었다. 그러나 막상 여러차례 진급이 안 되고, 동기후배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어정쩡한 커리어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만년과장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나니,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년퇴직이라는 하나 남은 목표도 불투명한 상황. 몸도 좋지 않다보니 올해 상반기에는 또 한번의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분이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 그 분이 카페를 내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두번째로 깜짝 놀랐다. 내 주변에 작가가 있었다니!! 더군다나 아주 왕래가 없었던 분도 아니었는데, 그 조용히 지내던 분이 책을 쓰셨다니. 반가운 마음에 책을 샀고, 지난 달 책꽂이에 모셔두었던 바로 그 책 <제 코가 석자입니다만>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직장생활 25년차가 되신 선배님의 이야기가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었다는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덜어내라" "반드시 소속감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자"는 문장은 크게 와닿았다. 물론 그동안 몰랐던 것이 아니지만 다시금 내가 앞으로의 회사생활, 그 이후의 삶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내내 회사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사실 나는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지 못하는 편인데다 교대근무를 하는 덕에 다른 사람과 일 외의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동료와 회사 외의 장소에서 거의 만나지 않다 보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도 거의 없는데, 이렇게 오래도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 분과 야구/배구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떠올랐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목과 내용이 담백한 문장으로 씌여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 직장인 분들이라면 <제 코가 석자입니다만>을 읽고 작은 마음의 위안을 받아보심은 어떨까 한다. 브런치에서도 저자 '지안'님의 글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은 brunch.co.kr/@zian에도 가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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