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노동: 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

저자
은수미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10-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8년간 노동현장을 지켜 온 은수미가 들려주는 누구에게도,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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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얼마 되지 않은 회사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처사가 참으로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노조가 있지만 노조는 썩을대로 썩었고 개혁의 여지마저 보이지 않아서 2년 전쯤 노조를 탈퇴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던 노조비는 아낄 수 있었는데, 만일 내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어막이 없었습니다. 물론 노조에 가입된 상태였다고 해도 상황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가 법을 아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그렇게 관련 책을 찾던 중 우연히 은수미 의원의 "날아라 노동"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 은수미 의원은 모르시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은수미 의원과 간접적인 인연이 있습니다. 2012년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은수미 의원께서 제가 운영했던 "돌팔이 예보"를 언급하셨는데, 당시 억울했던 일을 대신 말씀해 주셔서 매우 속 시원했더랬습니다.(관련 자료는 여기☜를 누르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름만 알고 있었던 은수미 의원이 실은 노동분야가 전공분야였다는 걸 한 신문기사로 알게 되었고, 그 기사를 통해서 이 책에 까지 인연이 닿았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노동자"를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단어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노동 3권이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은수미 의원의 "노동문제를 생존권 문제로 좁혀온 것은 잘못이다."라는 지적은 매우 통렬합니다.

앞서 언급한 2012년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은수미 의원이 기상청의 역할에 대해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다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을 보고 정말 통찰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물론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파업만 하면 불법파업과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는 언론의 포장에 맞서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권을 생존의 문제"라고 이야기 했겠으나, 지금에 와서는 결국 그 테두리에 갇혀 노동자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고, 결국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노사협상 시 사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 수 밖에 없고, 사측의 목소리를 노조가 견제할 수 없으며,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은 소송을 통해서나 따질 수 있지만, 몇 년이 지나 법원에서 명령을 내린다한들 기업에서는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와 언론일텐데, 애석하게도 은수미 의원이 노동계로 던진 "노동문제를 생존권 문제로 좁힌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은 노동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해당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존"이 아닌 "나의 생존"만을 위하며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언론 또한 자본의 이익에 편승하기 위해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강한 자를 대변합니다.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역시 "생존"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데 도움이 안 되니까 탑승자 명단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선박을 불법으로 개조하고....이 모든 것이 바로 "생존"에만 급급해 제대로 이행했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눈감았고, 그 결과가 모여 세월호라는 비극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세월호는 오로지 "생존"에만 매달렸던 우리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기에 결코 "이제 그만 하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의 여론은 그렇지 않기에, 그리고 세월호 이후 드러난 문제점들과 우리 사회가 아직은 다르지 않기에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사측도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노조를 해체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면 당장은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겠으나, 나중에 가서는 내수시장의 위축을 불러와서 본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는 경제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은수미 의원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노동권이 온전히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은수미 의원은 책의 말미에 여러가지 제안을 합니다. 타당성이 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이런 건 좀 과한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은수미 의원께서 말씀하신 그 부분이 꼭 법제화되고 현실화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디에선가 읽었던 파리 여행자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파리 여행 중 파업으로 인해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데, 같은 처지의 현지인들이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저들의 파업을 비난하고 저들의 권리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나의 권리는 누가 존중해주겠는가"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노동자는 남이 아니고 바로 나"라는 사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권리가 곧 나의 권리라는 사실이 보편적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몸 하나 보전하는 "생존"이 사회의 절대 명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생존"만이 절대 절명의 목표가 되면, 종국에는 사람과 짐승이 다를바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그런 사회를 만들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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