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사회문화사

저자
강준만 지음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 2011-06-2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정부 권력과 담배 회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담배의 사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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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선천적으로 호흡기쪽이 약하다는 걸 알았던 지라 담배라는 걸 한번도 피워본 적이 없다. 그래도 담배를 싫어하지는 않았던 지라 대학교때 술자리에서 선후배,동기들이 피우는 담배덕에 간접흡연은 많이 했다.

그러다 서른줄에 들어서면서 담배연기를 싫어하게 되었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은 100m 앞에서 담배 피우며 걸어 가는 사람도 쫓아가서 뒷통수를 후려 갈기고 싶을 정도의 혐연자가 되었다. 특히나 2년전 아파트라는 곳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창문으로,화장실 환풍기구멍으로 우리집에 새어 들어오는 담배냄새에 매일 치를 떨고 있다.

'도대체 저 치들은 왜 담배를 치우는 걸까? 몸에도 안 좋다는 데 왜 못 끊는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라에서는 왜 담배를 금지하지 않는 걸까?'하는 의문마저 품게 되었고, 그 생각이 이 책에 손을 대게 만들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강준만이라는 사람의 책을 대학 졸업 후 거의 십년만에 읽게 되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들.

1)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게 1616년이란다. 일본을 통해서라는데 처음 들어올 때는 담배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단다.

2) 책 내용 중에 발췌..1956년 대통령 선거 유세 때 "양담배 뇌물"이 문제가 되어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연설회에서 한 말 중 일부
"사바사바라는 말은 왜 생겨났습니까? 이 정치하에서는 사바사바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하다못해 호적초본 한 장 떼려고 해도 양담배 한 갑 들이밀고 사바사바하는 세상이에요! 이러니 정직한 국민이 어찌 살아가느냐 말이에요! 못 살겠다는 얘기는 우리 민주당의 구호가 아니요, 전 국민의 수호요, 갈아보자는 생각 또한 전 국민의 생각이 되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에요!"
56년이 지난 지금 2012년은? 이래서 제대로 된 정치인이,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한 것이다.

3) 1983년 6월 서울에서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고 꾸짖은 20대 회사원이 10대 청소년들에게 뭇매를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요즘 애들 버릇없다더니 옛날에도 만만찮았다는 생각. 그리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은 조심해야 한다는 게 세월 불변의 진리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담배 마케팅 전략이 영화/공연/이미지 메이킹 등 전방위적이었다는 사실. 그런 마케팅으로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물질에서 기호품으로,양성평등을 상징하는 도구로 변할 수 있었던 것.
가히 "담배의 역사는 곧 판촉의 역사"라 할 만하다.

나라에서 담배를 금지하지 않는 건 결국 세금 때문이었다. 1991년 담배소비세가 전체 시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 18.1%, 5개 직할시(지금의 광역시) 21.5%, 기타 지방의 시는 평균 37.4%였고 군은 53.7%에 달했다. 심지어 70~75%를 차지하는 곳도 있었다고...게다가 담배값은 슬금슬금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국가가 국민들을 담배 중독에 빠뜨려 놓고 그걸 통해 한 해 7조원을 세금으로 걷어들이는 지금의 상황은 마약 장사로 떼돈을 버는 '조직폭력배'가 하는 짓과 다름없다"는 박재갑 교수의 말씀은 너무나도 옳다. 특히나 저소득/저학력층일수록 흡연자가 더 늘어난다니 더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살포시 그들의 뒷주머니를 털고 있는 것 아닌가!!!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담배에 대한 막연했던 생각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고 나의 궁금증도 확실하게 풀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더 이해함과 동시에, 흡연자들의 애국하는 마음,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베란다에 숨어서라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으나, 결국 나의 혐연권은 엄격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우리집에 서너차례씩 담배연기를 넣어주시는 그 분에게 조만간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보를 통해서 감사와 사양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소개한 다른 책들도 읽어 볼 생각이다. 또 강준만님의 다른 저서들도 골라서 읽어봐야 겠다. 그런데 내가 게을러서 되려나 모르겠네...-_-;;; 이제서야 올해 들어 두번째 독후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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