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라운드마다 리뷰를 써보겠다는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경기 대신 아이를 보는 시간이 많은 덕분에 몇 경기 보지도 못 했는데

2013~14 V리그 정규시즌이 끝나버렸습니다.

간단히 정규시즌을 뒤돌아 보고자 합니다.


1. 배구는 결국 삼성이 우승하는 스포츠인가.

2011년 이후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에 오른 삼성화재입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여오현/석진욱이 빠져나갔지만 고준용/이강주/김강녕 선수를 적절히 활용하며 공백을 메웠고,

레오의 체력을 잘 관리한 것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오현과 석진욱 선수의 공백으로 2위를 예상했었지만, 현대가 주춤하면서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체력적으로나 전력적으로나 PO에 나선 현대,항공보다는 위에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올 시즌에도 우승이 유력한 삼성화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현대캐피탈 : 280억원+김호철/여오현/아가메즈의 합류 = 2위 컴백? 

호통 김호철 선생이 돌아왔고, 국내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 선수와 아가메즈 선수가 합류했고,

무엇보다도 28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CASTLE OF SKYWALKERS"로 우승을 노렸습니다만, 5라운드 맞대결에서 패배하며 천안에서 삼성화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레프트 공격수들의 부상/부진으로 여오현 선수와 아가메즈 선수의 공수 측면에서의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철규 선수의 복귀는 레프트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함이지만, 이철규 선수의 공백이 길기에 과연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의문입니다.

과연 대한항공과의 PO를 지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배구=삼성화재 우승"의 공식을 깰 수 있을까요? 


3, 대한항공 : 올해도 봄배구 진출!!

마이클이라는 뛰어난 공격수를 데려왔지만, 한선수 선수의 갑작스런 군입대로 전반기 내내 주전세터를 찾다가 결국 삼성과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강민웅 선수를 영입한 이후 안정된 전력을 선보이며 3위에 등극하며 올해도 봄배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곽승석 선수와 신영수 선수의 꾸준함이 팀의 버팀목이 되었고, 여기에 시즌 막판 김형우 선수의 깜짝 활약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사실 올해는 우리카드에 밀려 봄배구에 실패할 줄 알았는데, 주전세터를 잃어버리고 표류하던 전반기를 딛고 결국 3위를 차지하는 것은 2010~11시즌 정규시즌 우승 이후 팀에 보이지 않는 힘이 쌓였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시즌 막판 곽승석/강민웅/마이클 선수가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었기에 PO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여하튼 마이클 선수를 영입한 것은 봄배구 진출에 만족하기 위함을 아닐 터.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합니다.

항공의 키플레이어, 마이클과 강민웅. 

이 둘과 곽승석의 손에 올 시즌 항공의 봄배구가 달려있습니다. [사진출처:MK 스포츠]


4. 우리카드 : 안타까운 봄배구 좌절

개인적으로는 시즌 시작 전부터 3위로 예상했었고, 실제로 전반기 3위를 차지하며 무난히 사상 첫 봄배구에 참가할 줄 알았건만, 후반기 믿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지적되고 있으나, 제가 볼 때는 일단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선수가 고르게 공격에 참여하는 스타일이기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은 팀이고, 그렇기에 체력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시즌 전부터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4라운드 후반부터 선수들의 체력이 급저하되었습니다. 스케줄이 다소 타이트한 면도 있었고, 풀세트 경기가 많아 체력소모도 많았지만, 그 이전에 체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리시브가 나쁜 최홍석 선수를 제외하는 바람에 김정환 선수가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아쉽습니다. 최홍석 선수를 레프트에 세우고 김정환 선수를 라이트에 놓거나, 최홍석/김정환 라이트, 루니/안준찬/신으뜸 레프트로 놓아 안준찬/신으뜸+조민 선수의 활용도를 좀 더 높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어쨌거나 신영석 선수가 올 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하기에 올 시즌 우리카드의 봄배구 좌절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올 시즌 세터 김광국 선수가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하나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올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강만수 감독 이하 우리카드 배구단이 

다음 시즌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5. 한국전력 : 전광인+서재덕이 있어도 꼴찌

전광인,서재덕,하경민. 멤버 구성만 보면 국가대표팀이 부럽지 않은데,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세터 쪽이 취약해서 고전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꼴찌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국가대표 레프트 전광인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시즌이었습니다. 특히나 2세트를 이기고도 3세트를 내리 지며 역전패하는 경기가 많았던 지라 안타까움은 배로 컸습니다. 차라리 해외로 나갔다면 전광인 선수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은 들었습니다.

정말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뒤에 프로 첫 시즌을 치른 전광인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몸 관리 잘 해서 내년에는 봄배구를 노릴 수 있길 기원합니다.

올해 신인왕은 누가 뭐래도 전광인!! 전광인 만세!! [사진출처:NEWS1]


6. 러시앤캐시 : 제2의 삼성화재 될까?

러시앤캐시는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김세진 감독/석진욱 코치의 지도 아래, 이민규/김규민/송명근 경기대 3인방을 추축으로 하여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규 선수가 빠른 배구를 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을 많이 들었고, 경기대에서도 이상렬 감독이 빠른 배구를 추구했다는 기사도 나왔기에, 혹시나 빠른 배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조금은 했었지만, 역시나 현실은 스피드 배구가 아닌 전형적인 삼성화재의 배구를 기본으로 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시즌 초반 바로티가 바로먹튀 모드에서 외국인선수의 면모를 보이면서 성적이 크게 올라왔던 것이지요.

시즌 막판에 가빈 접촉설이 있었는데, 만약 가빈급의 선수 또는 다른 팀의 외국인선수를 높이에서 견제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한다면 다음 혹은 그 다음 시즌에는 제2의 삼성화재로 불릴 만큼의 무서운 팀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무서운 막내의 힘을 보여 준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앞으로 더 무서운 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7. LIG : 올해도 부상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LIG를 보면 야오밍/맥그레이디 시절의 휴스턴 로케츠가 떠오릅니다. 그만큼 김요한/이경수 선수가 부상으로 많은 고생을 한 팀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두 선수가 부상으로 고생을 했고, 덕분에 힘든 시즌을 치뤘습니다. 

전략적으로도 영민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삼성화재 같은 수비형 배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서브나 빠른 스타일의 배구를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올해는 과도기라고 해도, 내년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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